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한국 선수 시즌 10번째 우승에 도전했던 '장타자' 이지영(21.하이마트)이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이지영은 28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타탄필즈골프장(파72. 6천517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웬디스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치며 분전했지만 7타를 줄인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를 따라 잡지 못했다.

최종 합계 21언더파 267타로 대회 최소타 기록이던 269타를 뛰어넘으며 제 기량을 100% 발휘한 이지영으로서는 24언더파 264타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낸 오초아의 활약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종전까지 이 대회 72홀 최소타 기록은 1999년 뉴올버니골프장에서 치러졌을 때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작성한 19언더파 269타이며 타탄필즈골프장 최소타 기록은 작년 크리스티 커(미국)가 세운 18언더파 270타.

이지영의 역전 우승 무산으로 지난 달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클래식에서 김미현(29.KTF)의 우승으로 시즌 9승을 합작했던 '코리언 군단'은 '아홉수' 탈출을 다음 대회로 미뤘다.

그러나 이지영은 최근 3차례 대회에서 모두 우승 경쟁을 벌이면서 상위권에 입상, 제주에서 열렸던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 이어 LPGA 투어 대회에서 언제든 정상에 설 수 있는 실력을 갖췄음을 알렸다.

특히 미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4라운드를 모두 60대 타수를 장식한 이지영은 2006년 시즌 최고 성적과 함께 8만7천달러의 상금도 받았다.

경기 중반 한때 오초아와 공동 선두를 다퉜기에 이지영에게는 두고 두고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오초아에게 2타차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이지영은 8번홀까지 3타를 줄였지만 역시 3개의 버디를 뽑아낸 오초아와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정교한 아이언샷에 컴퓨터 퍼팅을 앞세운 오초아에 밀리는 듯 하던 이지영은 9번홀(파5)에서 환상적인 이글을 잡아내며 추격에 불을 지폈다.

189야드를 남기고 유틸리티우드로 친 이지영의 두번째샷은 홀을 향해 굴러가 알바트로스가 되는 듯 했지만 살짝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1.5m 거리에 멈췄다.

가볍게 이글 퍼트를 떨구며 1타차로 따라 붙은 이지영은 12번홀(파4)에서 버디를 뽑아내며 마침내 공동선두로 올라서 역전 우승의 기대를 부풀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뒷심이 모자랐다.

13번(파4), 14번홀(파5)에서 오초아가 연속 버디를 뽑아낼 때 이지영은 버디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16번홀(파4)에서는 그린을 놓친 뒤 2m 파퍼트마저 빠트려 주저 앉고 말았다.

16번홀 보기 탓에 이지영은 64타의 맹타를 휘두른 스테이시 프라마나수드(미국)에게 공동 준우승마저 내줬다.

이지영은 "오늘 내가 못 친게 아니라 오초아가 너무 잘 쳤다"면서 "정상급 선수와 당당하게 맞선 것이 자랑스럽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2위 오초아는 이날 보기없이 7개의 버디를 솎아내며 이지영의 추격을 따돌려 시즌 3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카리 웹(호주)에 1천여달러 차이로 상금 랭킹 2위였던 오초아는 16만5천달러의 상금을 받아 상금 1위(184만774달러)로 올라섰고 웹과 다승 공동 선두를 이뤘다.

오초아는 "이지영과 마치 매치플레이처럼 경기를 치렀다"면서 "정말 멀리 치고 아이언샷도 훌륭했다"고 이지영을 칭찬했다.

또 오초아는 "상금랭킹 1위는 멋진 일이지만 아직 시즌이 끝나려면 멀었다"면서 상금왕에 대한 욕심도 감추지 않았다.

5언더파 67타를 친 장정(26.기업은행)은 13언더파 275타로 공동6위에 올라 시즌 11번째 '톱10'에 입상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