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의 사랑이 있어 행복하게 축구 인생을 보냈습니다"

한국 축구 간판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어온 `독수리' 최용수(33.FC서울)가 5일 은퇴 경기를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물러났다.

최용수는 이날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FC 도쿄의 친선경기(FC 서울 3-0 승)에 선발 출전, 전반 종료 직전 김동석 대신 교체 아웃될 때까지 45분간 뛰었다.

박주영과 함께 투톱으로 나선 최용수는 자신의 25년 간 축구 인생을 마감하는 경기라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경기 시작부터 상대 수비진을 뒤흔든 최용수는 전반 3분 FC 도쿄 골문 왼쪽에서 일본의 독일월드컵 국가대표 출신 수문장 도이 요이치 골키퍼가 수비수와 뒤엉켜 있는 사이 영리하게 볼을 빼내 문전에서 대기하고 있던 두두에게 침착하게 땅볼 크로스를 연결해 선제 결승골을 도왔다.

최용수는 또 전반 39분 상대 골문 오른쪽에서 만든 골키퍼와 1대1 찬스에서 오른발 아웃사이드 슈팅으로 은퇴 기념 골을 노렸지만 아쉽게 오른쪽 골대 기둥을 맞추고 말았다.

이날 경기 하프타임 때 공식 은퇴식을 가진 최용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좋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축구에 빠져 한 길만 걸어왔다"며 "부모님을 비롯해 가족들이 큰 힘이 돼줬고 팬들의 사랑이 있어 행복한 선수 생활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우리 팀에는 훌륭한 어린 선수들이 많다.

한 걸음 물러서서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 은퇴를 결심했다.

후회 없는 선수 생활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계보를 이을 만한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언론에서 내가 `스트라이커의 계보를 이었다'는 등의 표현을 쓰지만 과찬이다"며 "굳이 꼽는다면 우리 팀에 정조국이나 박주영이다.

정조국은 갖고 있는 무기가 많은 좋은 선수고 박주영도 나이에 비해 장점이 많다.

물론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1979년 금정초교 3학년때 처음 축구화를 신은 최용수는 1994년 FC 서울의 전신인 LG 치타스에 입단, 신인왕에 오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2000년 14골 10도움으로 팀의 K-리그 우승의 일등공신이 되면서 K-리그 MVP에 오르기도 했다.

이듬해 일본 프로축구 제프 이치하라에 진출한 최용수는 5년간 교토 퍼플상가와 주빌로 이와타를 거치면서 130경기에 출전해 77골을 뽑아내는 맹활약을 펼쳐 일본 축구팬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국가대표로도 눈부신 활약을 한 최용수는 1995년 홍콩 다이너스컵 중국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1997년 5월 `98프랑스월드컵 예선 홍콩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성공시켰다.

A매치에서는 67경기에서 27골을 뽑아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