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이겨라! 이.승.엽 이겨라!"

올스타전에 나온 이승엽(30.요미우리 자이언츠)은 역시 리그 최고 강타자 대접을 받았다.

이승엽은 21일 도쿄 메이지 진구구장에서 벌어진 일본 프로야구 올스타 1차전에서 당초 예상을 깨고 팬 투표로 선발된 스타들과 함께 선발 출전해 9회까지 뛰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선수는 국내 리그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도우미'로 통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승엽은 센트럴.퍼시픽 양대 리그를 통틀어 타격 각 부분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만큼 외국인 선수로서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전광판 이름 옆에 함께 새겨진 타율(0.323)과 홈런수(29개)만 보더라도 이승엽의 이름은 대번 두드러졌다.

올 시즌 최고 홈런타자가 아치를 그리는 모습을 지켜보라는 듯 이승엽은 센트럴리그 타자들이 자주 바뀌는 가운데서도 9회 내내 공수를 소화했다.

이승엽이 첫 타석에서 마쓰자카 다이스케(세이부 라이온스)와 맞붙을 때에는 관중은 "이.승.엽 이겨라! 이겨라 이.승.엽!"라는 우리말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그가 날린 타구가 높이 떴다가 외야에 떨어질 때와 풀스윙이 삼진으로 이어질 때는 "승엽짱∼"을 길게 부르는 탄식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승엽은 경기 후 이 같은 응원이 이어졌다고 전하자 "원래 그렇게 해오던 것"이라며 "별로 이상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승엽이 올 시즌부터 일본의 간판구단 요미우리의 4번 타자로 맹활약하면서 위상이 많이 변한 것은 분명했다.

그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롯데 마린스 시절에는 아무도 나를 몰랐는데 요미우리에 오고 난 뒤부터는 택시기사들도 다 알아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승엽이 많은 응원을 받기는 했지만 외국인 선수인 만큼 다른 스타들이 받는 박수갈채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이날 최고스타는 물론 올스타 단골손님 신조였다.

그는 타석에서 일부러 크게 헛스윙한 뒤 전광판을 붙인 벨트로 `NEVER MIND(신경 쓰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보여줘 관중을 웃기기도 했고 호쾌한 장타와 멋진 슬라이딩 외야수비로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도쿄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