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김미현이 되기 싫었다.한국골프 1세대인 박세리와 내가 이대로 주저 않기 싫었다"

`슈퍼 땅콩' 김미현(29.KTF)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제이미 파 오웬스코닝클래식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한 뒤 강한 정신력과 노련미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3년간의 부진을 완전히 털어내고 시즌 두번째 우승을 차지한 김미현은 "우리가 잘 되야 후배들도 잘 된다"며 한국여자프로골프 1세대의 자존심과 선배로서의 책임감을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17일 소속사 KTF와 LPGA 투어 공식 인터뷰 요약.

--우승 소감은.

▲나탈리 걸비스와 연장전에 들어갈 때 300-400명이 일방적으로 걸비스를 응원했다.

하지만 홀을 이동할 때 비록 적지만 몇명이 내 이름을 부르며 응원하는 것을 들었다.

나는 이겼고 트로피를 차지했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다.

--한 때 걸비스에 4타차로 뒤졌는데.

▲몇타차가 나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내 플레이를 했고 16, 17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은 뒤 자신감이 생겼다.

생애 3번의 연장 승부 중 1번만 이겼지만 왠지 자신감이 있었다.

신중하게 샷을 했고 결국 연장 승부로 갈 수 있었다.

--뒷심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뒷심이라는 것이 정신적인 문제 같다.

이번 대회 첫날부터 감이 좋았고 그래서 연장 승부에서도 좋은 경기를 펼친 것 같다.

뒷심이 꼭 체력적으로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부가적인 요인일 뿐이고 모든 것은 노련미와 정신력으로 결정된다.

--연장 두번째 홀 티샷이 러프에 들어가는 위기에 빠졌을 때 걸비스가 버디 퍼트만 성공시키면 우승을 놓칠 수도 있었는데.

▲나와 걸비스 모두 피곤한 상태였다.

걸비스가 퍼트를 성공시켰다면 하늘이 도운 것이다.

내가 걸비스보다 7살이 많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당시에는 누가 이기던 경기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최근 3년간 부진했는데 올 시즌 성적이 좋은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부진하다고 하지만 우승만 없었지 상위권 성적을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동계훈련량이 많았고 이제 노련미가 생겼다.

무조건 체력만 앞세워 투어를 한다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알았다.

또한 잊혀져 가는 김미현이 되기 싫었다.

한국골프 1세대인 박세리와 내가 이대로 주저 앉기 싫었고 우리가 잘되야 후배들도 잘된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 우승을 다툴 라이벌을 꼽으라면.

▲한국 선수들을 비롯해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내 라이벌은 `코스'라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는 다행히 코스가 짧아 경기를 풀어가기가 쉬웠지만 점점 길어지고 있는 LPGA의 추세를 감안한다면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직도 많이 있다고 본다.

앞으로도 코스와의 고독한 전쟁을 계속 치러야 할 것 같다.

--평소 가장 도움이 되는 한국 선수는.

▲동생과도 같은 조령아다.

대회 기간은 물론 쉬는 기간에도 항상 붙어 다닌다.

지난 번 US여자오픈 때 서로 성적이 안좋아 위로하면서 조만간 한번 일을 내자고 했는데 현실이 됐다.

조령아는 나이에 맞지 않게 이해심이 많아 내게 큰 위안이 된다.

--하반기 목표는.

▲메이저대회다.

여태껏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다는 것이 항상 머릿속에서 맴돌곤 한다.

하반기 남은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