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대 한국 남자배구의 간판으로 활약했던 `월드스타' 김세진(32.삼성화재)이 22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감한다.

삼성화재는 7일 그 동안 팀 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던 김세진에게 팀에 복귀하도록 설득했으나 본인이 선수생활을 접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아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김세진은 충북 옥천공고와 한양대를 거쳐 지난 1995년 삼성화재 창단 멤버로 입단, 주전 라이트로 활약하며 레프트 신진식(31), 센터 김상우(33)와 함께 팀의 겨울리그 9연패 위업을 이뤘던 간판 공격수다.

무릎과 발목, 허리 등 부상으로 여러 차례 수술대 위에 오르면서도 강한 의지로 재기해 삼성화재의 전성시대를 이끌었고 지난 1997년과 2000년, 2002년, 프로 원년이던 2004년까지 네 차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그의 활약은 태극마크를 달고 뛴 국제무대에서 더욱 돋보였다.

지난 1992년 3월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앞두고 18세의 나이로 쟁쟁한 선배들을 따돌리고 국가대표로 발탁된 그는 이듬해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을 맛봤다.

이어 1994년 월드리그에서는 197㎝의 큰 키를 이용해 타점 높은 호쾌한 스파이크 쇼를 펼쳐 최우수 공격상을 받기도 했다.

또 1995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과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2000시드니올림픽 본선 진출도 그의 파워 넘치는 손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2001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제패와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으로 활약한 뒤 10년 넘게 달아온 태극마크를 후배들에게 물려줬다.

그는 22년에 걸친 선수생활을 마감한 뒤 지인이 운영하는 건축업 일을 도와주는 등 사업가로 변신할 예정이다.

김세진은 "새로운 분야의 일에 매력을 느껴 늦기 전에 남자로서 도전해 보고 싶었다. 선수로서 코트에서 보냈던 시간은 힘들었지만 소중하고 행복했다. 뜨겁게 응원해 준 팬들의 곁을 떠나는 게 아쉽다. 코트를 완전히 떠나는 건 아니고 기회가 된다면 다른 모습으로 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은퇴 소감을 전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1년 더 선수생활을 하며 진로를 생각하라고 은퇴를 만류했지만 결국 코트를 떠나게 돼 아쉽다. 12월2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리는 2006-2007 시즌 홈 개막전 때 은퇴식을 열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