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32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번개같은 프리킥이 프랑스 골키퍼 파비앵 바르테즈의 손을 맞고 공중에 뜨는 순간 피구는 골대를 향해 회심의 헤딩슛을 날렸다.

하지만 볼은 정수리 부근에 맞고 공중에 뜨면서 크로스바를 넘어갔고, 피구는 결정적인 동점 기회를 날린 억울함에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쥔 채 괴로움에 몸서리를 쳤다.

지난 1990년대 포르투갈 축구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골든 제너레이션'의 마지막 주자 루이스 피구(34.인터밀란)의 현역 마지막 월드컵이 이렇게 아쉬움 속에 막을 내리고 있다.

6일(한국시간) 프랑스와 펼친 준결승에서 피구는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출전해 왼쪽 측면을 맡은 호날두와 자리를 바꿔가면서 프랑스의 골문을 위협했다.

더구나 이날 4강전은 레알 마드리드 시절 옛 동료 지네딘 지단과 맞대결이 펼쳐지는 터라 피구의 승부욕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포르투갈은 이날 경기에 앞서 역대 전적에서 프랑스에 5승1무15패(24득40실)의 절대적인 열세를 보였을 뿐 아니라 최근 A매치에서 7경기 연속 패배를 당한 터라 이날 경기에선 초반부터 강력하게 프랑스의 골문을 공략했다.

피구는 전반 초반 강한 중거리포로 득점을 노리는가 하면 후반 8분에는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최전방의 파울레타에게 기막힌 찔러주기 패스를 넣어 동점골 기회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파울레타의 슛이 프랑스 골대 옆 그물을 때리는 통에 도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자신의 축구 인생을 통틀어 첫 월드컵 4강에 나선 피구는 반칙에서도 양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5개를 범했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뛰어다니면서 조국의 첫 월드컵 결승 진출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특히 피구는 0-1로 지고 있던 후반 32분 천금같은 동점골 기회를 잡는 듯 했지만 끝까지 '행운의 여신'은 그의 곁에 있지 않았다.

평소 덥수룩하던 구레나룻와 수염을 깔끔히 밀고 경기에 나선 피구였지만 경기종료 휘슬과 함께 그토록 원했던 월드컵 결승전 무대의 꿈은 허망하게 날아가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뒤 지단과 포옹을 하며 유니폼을 맞바꾼 피구의 얼굴에선 진한 아쉬움이 가득했다.

비록 관심이 떨어지는 3-4위 전으로 밀려난 포르투갈이지만 피구가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축구팬들의 관심은 여전히 크기만 하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