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군단의 힘은 분데스리가다'

2006 독일 월드컵 우승컵의 향방이 30일 밤 12시(이하 한국시간)부터 시작되는 독일-아르헨티나전을 비롯한 이탈리아-우크라이나, 잉글랜드-포르투갈, 브라질-프랑스 간 8강 대결로 압축됐다.

8개국 모두 우승 꿈에 부풀어 있겠지만 개최국 독일의 행보는 특히 눈에 띈다.

대회 개막 전만 해도 독일 국민들로부터도 냉담한 시선을 받았던 '전차군단' 독일 대표팀은 16강전까지 10득점, 2실점(3경기 무실점)의 탄탄한 전력을 뽐내며 4전 전승으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지난 4월 독일 스포츠 전문지 '스포르트 빌트'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5%만이 이번 월드컵에서 통산 4번째 우승컵을 차지할 것이라고 답했던 독일 축구 팬들은 어느새 클린스만호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창의성이 결여된 기계적인 축구를 구사한다며 '녹슨 전차'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던 독일 축구가 이번 대회에서 갈수록 위력을 더해가는데는 독일 프로축구 리그인 분데스리가의 뒷받침이 컸다.

전차군단의 힘, 독일 분데스리가를 조명해 본다.

◇클린스만호는 분데스리가 대표팀
이번 대회 23개 참가국 736명(팀당 23명씩)의 출전 선수 중 중 무려 47%에 해당하는 345명이 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 유럽 5대 빅리그에서 뛰고 있다.

이 가운데에서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토튼햄 핫스퍼)를 포함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 선수가 102명으로 가장 많다.

독일 분데스리가 출신은 67명이다.

독일 대표팀 23명 중에서는 21명이 현재 분데스리가 소속이다.

주전 골키퍼 옌스 레만(37.아스날)과 청소년대표 출신 수비수 로베르트 후트(22.첼시) 둘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다.

23명 전원이 자국 리그에서 활약 중인 잉글랜드와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자국 리그 출신 비중이 높다.

세계 최강 브라질 대표팀에도 루시우, 제 호베르투(이상 바이에른 뮌헨), 주앙(바이엘 레버쿠젠), 지우베르투(헤르타 베를린) 등 독일 리그 소속이 4명이나 된다.

독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대회 4경기에서 4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로슬라프 클로제(28)는 몸값이 3천500만 유로(431억2천만 원)로 월드컵 시작 전의 1천500만 유로보다 2배 이상 올랐으며,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등 세계적 명문 클럽들의 진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클로제도 분데스리가 헤르타 베를린 소속이다.

◇독일 국민 "챔피언스리그보다 분데스리가"
지난 16일 분데스리가 사무국은 한국 취재진을 대상으로 리그 설명회를 개최하며 재미있는 통계를 들려줬다.

크리스티안 자이페어트 분데스리가 CEO는 "독일의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 시청자가 490만 명이었다.

하지만 토요일 열리는 분데스리가 경기의 시청자는 평균 550만 명에 이른다"며 독일 국민의 분데스리가에 대한 애정을 자랑했다.

2004-2005 시즌 분데스리가 한 경기 평균 관중은 3만6천900명으로 같은 기간 잉 글랜드 프리미어리그(3만3천900명)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2만7천800명), 이탈리아 세리에A(2만5천600명) 등 유럽 빅 리그의 관중 수를 앞섰다.

2005-2006 시즌에는 3만8천191명으로 더 늘어났다.

1부 리그 연간 총 관중이 1천100만명이고 2부 리그 경기에도 400만 명이나 찾았다.

300만 관중 돌파가 염원인 한국 프로축구 K-리그로선 부러울 뿐이다.

◇유럽 명문 클럽도 벤치마킹하는 분데스리가
지난 1963년 16개팀으로 시작된 분데스리가는 현재 1부 18개, 2부 18개팀으로 운영 중이다.

이들 팀은 독일 전역 35개 도시(뮌헨은 바이에른 뮌헨과 1860 뮌헨 등 2개팀)를 연고로 하고 있다.

1부 리그 하위 3위 팀은 2부 리그 3위 팀과 다음 시즌 자리 바꿈을 한다.

분데스리가는 2001년 5월 영리 법인을 출범시켰다.

분데스리가 12개팀은 독립 법인으로 기업형 구단이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한 구단당 평균 7천만 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분데스리가의 가장 큰 강점은 엄격한 '라이센싱 시스템'이다.

각 구단은 재정상태와 시설 및 안전문제, 인적 자원 및 행정력, 법률적 문제 등에 대해 합격점을 받아야만 리그에 참여할 수 있다.

각 구단이 반드시 운영해야만 하는 유소년클럽도 독일 축구의 힘이다.

현재 1, 2부 36개 팀에서 4천500여 명의 유소년들이 뛰고 있다.

독일 축구의 희망으로 이번 대회에서 3골을 터트린 공격수 루카스 포돌스키(21.FC쾰른)은 쾰른 유소년 축구 아카데미 출신이다.

그는 2004년 쾰른이 2부 리그로 강등되었을 때도 클럽을 떠나지 않았고 다음 시즌 24골을 기록하며 팀을 다시 1부로 올려놓았다.

주전 왼쪽 윙백으로 이번 대회 4경기 전 경기에 풀타임을 뛴 필리프 람(23.바이에른 뮌헨) 등 클린스만호의 '젊은 피'들은 대부분 분데스리가 유소년클럽이 배출해낸 재목들이다.

(베를린=연합뉴스)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