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행복했다'

딕 아드보카트(59)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4일(이하 한국시간) 하노버에서 열린 스위스와 2006 독일 월드컵 G조 조별리그 최종전을 끝으로 이번 대회와 이별을 알렸다.

비록 아쉽게도 원정 월드컵 첫 16강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웠다.

지난해 9월29일. 위기의 한국축구를 구할 막중한 임무를 띠고 인천국제공항에 첫 발을 내디딘 아드보카트는 "한국 감독직은 커다란 도전이다.

내가 한국팀을 맡은 이유는 도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비록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이뤄냈지만 2002 한일월드컵 이후 계속된 성적 부진과 그에 따른 두 차례 사령탑 교체 등으로 어수선하기만 했다.

'오만 쇼크', '몰디브 쇼크' 등 월드컵 4강 위용은 온데 간데 없었다.

하지만 그의 부임 이후 한국 축구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 갔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입국 다음날인 9월30일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월드컵 4강 멤버라도 정신력이 해이해졌다면 집에서 쉬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10월12일 이란과 평가전을 통해 한국 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을 가진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에 앞서 첫 소집 훈련 때 "2002년은 다 잊어라"며 태극 전사들에게 정신 재무장을 강조했다.

"훈련장에는 직접 차를 몰고 오지 말라"며 기존 관행에도 칼을 들이댔다.

2-0으로 승리한 이란과 평가전부터 아드보카트 감독은 다양한 전술 실험과 선수 점검을 이어갔다.

11월12일 스웨덴(2-2 무), 16일 세르비아-몬테네그로(2-0 승)와 두 차례 국내 평가전을 통해 유럽 팀에 대한 면역력도 키웠다.

이후 올 초 1-2월 있었던 해외 전지훈련을 앞두고는 장기간 선수 차출에 난색을 표하던 프로 구단을 향해 "전훈에 참가하지 않는 선수는 독일 월드컵에 데려가지 않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12월10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독일 월드컵 조추첨에서 토고, 프랑스, 스위스와 한 조(G조)에 포함되자 "재미있는 결과"라며 "물론 힘든 싸움이 되겠지만 결과가 더 나쁠 수도 있었는데 이 정도면 만족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올해 1월15일부터 2월24일까지 아랍에미리트연합→사우디아라비아→홍콩→미국→시리아로 이어지는 해외 전지훈련을 통해 월드컵 16강행의 초석을 다졌다.

이 기간 아드보카트호는 아랍에미리트연합(0-1 패), 그리스(1-1 무), 핀란드(1-0 승), 크로아티아(2-0 승), 덴마크(1-3 패), 미국(2-1 승), LA 갤럭시(3-0 승), 코스타리카(0-1 패), 멕시코(1-0 승), 시리아(2- 1 승) 등 10개팀과 공식.비공식 평가전 및 아시안컵 예선에서 상대했다.

미국과 비공개 평가전을 포함해 6승1무3패(득13, 실8)의 성적을 거뒀고, 유럽 4개팀, 북중미 3개팀, 중동 2개팀, 클럽 1개팀 등 다양한 상대를 만나 적응력을 키웠다.

3월1일에는 앙골라를 불러들여 평가전(1-0 승)을 치르며 토고전에 대한 모의고사를 치렀다.

이후 5월11일 독일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설 23명의 태극전사를 확정, 발표했고 사흘 뒤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최종 담금질에 들어갔다.

5월23일 세네갈(1-1 무), 26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2-0 승)와 국내에서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 뒤 27일 1차 훈련캠프가 마련된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로 이동, 현지 적응에 돌입했다.

노르웨이 오슬로로 건너가 치른 노르웨이와 평가전을 0-0으로 비기고 스코틀랜드로 돌아와 가진 가나와 최종 평가전에서는 1-3으로 패하며 불안감을 안겨줬다.

하지만 그는 "결과만을 원한다면 리히텐슈타인, 자메이카 등 약체들을 상대할 수도 있었다"며 "나는 여전히 한국 대표팀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태극 전사들에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아드보카트호는 16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원정 대회에서 첫 승리와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며 새로운 도전을 준비할 자신감과 희망을 키웠다.

한국 축구로선 짧지만 행복했던 9개월이었다.

(하노버=연합뉴스)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