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을 애타게 기다려온 첫 승을 비롯해 원정 월드컵에서 거둔 최고의 전과였지만 아쉬움은 더 진하게 남았다.

아드보카트호가 7시간이나 시차가 늦은 유럽 대륙의 중심에서 고군분투했지만 안타깝게도 마지막 스위스전에서 석연찮은 심판판정까지 겹치면서 스위스에 패배, 16강의 벽을 넘지 못했다.

딕 아드보카트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해 9월 부임 이후 올해 1∼2월 해외 전지훈련과 지난 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이어진 스코틀랜드 최종 전지훈련을 통해 태극전사들의 '원정 적응력'을 기르는 데 모든 초점을 맞춰왔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 해 9월29일 인천공항에 처음 발을 내디디면서 "2002년에 못지않은 성적을 내겠다.

하지만 홈 그라운드에서 하는 월드컵과 유럽에서 치러야 할 월드컵은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서 더욱 더 필요했던 것이 충분한 '원정의 경험'이었다.

아드보카트호에는 박지성, 이영표, 안정환, 설기현, 이을용 등 유럽파가 다섯 명 포진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의 소중한 경험을 쌓은 선수가 9명이나 됐지만 원정 경험 면에서는 여러모로 부족했던 게 사실이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 연말 K-리그 감독들을 집요하게 설득해 올해 1월15일부터 2월24일까지 지구를 한 바퀴 반이나 도는 41일 간의 지옥 전지훈련을 떠났다.

중동(UAE.사우디아라비아), 홍콩, 미국 서부를 돌아 다시 중동(시리아)으로 오는 아드보카트호의 첫 여행은 약식 마일리지(운항거리) 계산법으로 따져도 3만500마일(4만8천800㎞)이나 됐다.

해외파는 각자 유럽 리그에서 뛰느라 전지훈련에 동참하지 못했다.

그러나 국내파와 J리거로 구성된 젊은 아드보카트호의 전사들은 이 때부터 원정 적응력을 길렀다.

아드보카트호는 1월15일부터 2월24일까지 10차례 공식.비공식 평가전과 아시안컵 예선을 치러 6승1무3패의 괜찮은 성적표를 받았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값진 소득이었다.

핀란드, 크로아티아를 꺾고 유럽팀에 대한 두려움을 없앴고 북중미 맹주 멕시코를 제압해 기세를 올렸다.

그동안 '안방 호랑이'에 머물러있던 태극호의 선원들은 서서히 '원정형 전사'로탈바꿈했다.

그리고 3개월 간의 리그 전념 기간을 거쳐 지난 달 말부터 두 번째 원정 적응이 시작됐다.

장소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였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글래스고 레인저스의 사령탑으로 재임하면서 인연을 맺은 글래스고 '머레이 파크'에 태극전사들의 원정 적응 캠프가 차려졌다.

열흘 간의 현지 적응은 비록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현지 적응 면에서는 약(藥)이 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스코틀랜드 전지훈련이 컨디션 조절 면에서 완벽한 성공이었다는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게 됐다.

태극전사들은 지난 달 26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야간 경기로 마지막 국내 평가전을 치른 바로 다음 날 비행기를 16시간이나 타는 장거리 여행을 통해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도착했다.

컨디션 사이클을 토고와 본선 첫 경기에 맞췄지만 지나치게 빡빡한 일정 탓에 아드보카트호 멤버들은 전체적으로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애를 먹었다.

몇몇 선수는 쌀쌀한 날씨 탓에 감기에 걸리기도 했고 몸이 무거워지면서 지난 2일 노르웨이전, 4일 가나전에서 평가전 내용도 좋지 못했다.

본선이 시작되면서 컨디션이 올라오기는 했지만 아드보카트호가 최적의 상태를 유지했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아드보카트호 코칭스태프가 최선을 다해 원정 적응을 준비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방법론과 전지훈련지 선택에서 2% 부족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하노버=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