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주장 이운재(33.수원 삼성)도 프랑스와 비기는데 한 몫 단단히 했다.

이운재는 19일(이하 한국시간)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2006 독일월드컵축구 조별리그 G조 2차전에서 잇따른 선방으로 '레 블뢰'에 패배하기 직전에 아드보카트호가암초를 벗어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전반 시작 9분만에 프랑스의 간판 스트라이커 티에리 앙리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빗맞은 슈팅이 문전으로 쇄도해 들어오던 앙리에게 노마크 찬스로 이어진 것으로 그로서는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운재의 기가 막힌 선방이 빛난 것은 전반 32분이었다.

파트리크 비에라의 헤딩슛이 골라인을 넘어서는 찰나 이운재가 이를 쳐내며 추가 실점 위기를 막아냈다.

보는 각도에 따라 '프랑스의 골'이라는 주장도 가능하겠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축구 공식 홈페이지 실시간 문자중계도 '이운재의 대단한 선방(What a save by Lee Woon Jae)!'라고 극찬한 장면이었다.

TV 느린 화면으로는 공이 골라인을 넘어간 뒤에 이운재가 쳐낸 것으로 보이기도 했으나 어쨌거나 이운재가 이를 쳐내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0-2로 뒤지며 의욕이 꺾일 판이었다.

전반 무수한 위기를 1실점으로 막아낸 이운재의 진가가 다시 한 번 발휘된 때는 박지성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진 뒤였다.

거의 졌다고 생각하던 경기를 가까스로 1-1을 만들어 분위기가 들떠있던 후반 40분이었다.

지네딘 지단이 앙리에게 찔러준 패스는 이운재와 앙리가 1대1로 맞서도록 만들었는데 이 상황에서 각도를 좁히며 앞으로 전진한 이운재가 앙리의 회심의 슛을 막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프랑스의 유효 슈팅 4개 가운데 3개를 막아낸 이운재는 사실상 골과 다름없던 2개의 결정적인 선방으로 사실상 팀의 무승부를 건져냈다.

1994년 3월 미국과 평가전에서 처음으로 A매치에 데뷔, 올해로 국가대표 13년차를 맞는 이운재는 이날 경기로 A매치 99번째 출전했다.

24일 스위스와 조별 리그 3차전에서 100번째 A매치 출전으로 '센추리 클럽'에 가입하게 되는 이운재는 이번 대회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내 100번째 경기 뿐 아니라 101번째, 102번째 경기도 이번 월드컵에서 치러낼 태세다.

대회 개막 전 "조별리그 승점 9(3승)가 목표"라던 그의 다짐은 일단 퇴색했지만 만 팬들은 이운재가 그 이상 소중한 결과물을 안고 돌아오기를 간절히 고대하고 있다.

(라이프치히=연합뉴스)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