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뚝심있는 '조재진 카드'의 승리였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19일(한국시간) 새벽 독일 라이프치히 첸트랄슈타디온에서 펼쳐진 2006 독일월드컵축구 조별리그 G조 2차전에서 조재진(시미즈)을 원톱으로 세운 4-3-3 전술을 펼쳐보였다.

포백(4-back)라인의 평균신장이 181.5㎝에 달하는 프랑스와 맞닥뜨리기 위해 공격수 중에서 가장 키가 크고 헤딩이 좋은 조재진(185㎝)을 2경기 연속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기용한 것이다.

하지만 조재진은 후반 36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지기 전까지 최전방에서 고립되면서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지난 13일 토고전처럼 자신의 볼을 받아줄 '아군'이 뒤를 받쳐주지 못해서다.

하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후반 26분 토고전 역전골의 주인공 안정환(뒤스부르크)을 투입하면서 조재진의 숨통을 트게 만들었다.

전반전까지 왼쪽과 오른쪽을 넘나들던 박지성은 설기현(울버햄프턴) 투입과 함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겼고, 아드보카트호는 안정환이 들어오면서 투톱체제로 바뀌게 됐다.

한결 몸놀림이 자유로워진 조재진은 마침내 후반 36분 큰일을 해냈다.

프랑스 오른쪽 측면에서 후반 교체투입된 설기현(울버햄프턴)의 오른발 크로스가 큰 궤적을 그리면서 골대 근처로 날아오자 조재진이 상대 수비수를 앞에 두고 '돌고래 점프'를 연상시키듯 높게 솟구치면서 문전쇄도하던 박지성에게 볼을 떨궈줬다.

발지성의 발끝에 걸린 볼은 프랑스 골키퍼 파비앵 바르테즈의 손끝을 살짝 스치면서 오른쪽 골그물 쪽으로 빨려들어 갔다.

패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던 후반 막판에 터진 극적인 동점골의 순간이었다.

조재진은 '월드컵 새내기'로서 감격스런 2경기 연속 선발출전에 대한 감독의 기대에 부흥하듯 한국의 월드컵 2회 연속 16강 진출의 발판을 놓는 기막힌 동점골 어시스트를 장식, 팀을 위기에서 구출해냈다.

(라이프치히=연합뉴스)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