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3전 전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중동의 축구 강호'로서 체면을 구겼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독일월드컵에서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사우디아라비아 축구대표팀은 15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1시 뮌헨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독일월드컵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프리카의 강호' 튀니지와 일전을 치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4위인 사우디는 1994년 미국월드컵 본선에 첫 출전해 16강에 오르며 이변의 주인공이 된 이후 4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지만 한일월드컵에서는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당시 독일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0-8로 대패한 사우디는 2,3차전에서도 카메룬과 아일랜드에 각각 0-1, 0-3으로 완패하며 '중동 축구의 터줏대감' 자리를 내 놓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사우디는 한일월드컵 본선 탈락의 충격에서 벗어나 독일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부터 막강해진 전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3월과 8월 한국과 두 차례 맞붙어 모두 승리를 거둔 사우디는 최종 예선에서 단 한차례의 패배도 허용하지 않고 조 1위로 독일행 티켓을 따냈다.

독일월드컵 본선행이 좌절된 우즈베키스탄과 1-1로 비긴 것이 유일한 무승부다.

게다가 사우디 공격진에는 1994년 미국월드컵,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모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팀을 상대로 골 맛을 본 사미 알자베르(알 힐랄)가 포진해 있다.

또 2005년 아시아 최우수선수 하마드 알몬타샤리(이티하드)를 주축으로 한 수비라인은 매우 견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A매치 최다 출장 기록을 보유한 모하메드 알데아예아(알 힐랄)도 골문을 단단히 걸어 잠글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가 1994년 이후 아프리카 팀들과 경기에서 15승6무6패의 좋은 성적을 거둔 점도 튀니지와 대결에 자신감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튀니지와는 1980년대 두 차례 대결해 1승1패를 기록했다.

지휘봉을 잡고 있는 브라질 출신의 마르쿠스 파케타 사우디 감독은 튀니지, 우크라이나, 스페인과 함께 속한 H조의 조편성에 대해 나름대로 만족해 하며 16강 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첫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나머지 유럽팀과 맞대결에서는 여유를 가지고 사우디 특유의 유연한 축구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란 계산이다.

그러나 사우디는 지난 세 차례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첫번째 경기를 모두 진 뼈아픈 기억이 있어 튀니지와 첫 경기를 순조롭게 시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튀니지는 FIFA 랭킹이 21위로 사우디보다 랭킹 순위가 높고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한 수 위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어 사우디의 승리를 점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튀니지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3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유일한 아프리카 팀으로 강한 압박과 볼을 빼앗자마자 전개하는 빠른 스피드가 특징이다.

프랑스 출신의 로제 르메르 튀니지 감독은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대륙선수권을 모두 차지한 사령탑으로 조별 리그 통과를 위해 사우디전에서 필승 각오를 다지고 있다.

사우디가 한일월드컵의 악몽을 떨쳐내고 '아시아 축구의 맹주'로서 새로 거듭날지 아니면 월드컵 첫 경기 패배의 징크스를 갖게 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