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신화, 하나되는 대한민국!(Never ending legend, United Korea!)'

아드보카트호가 마침내 '결전의 땅' 독일에 발을 내디뎠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7일 오전 1시15분(이하 한국시간) 전세기편으로 독일 쾰른-본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독일월드컵 대회 조직위원회가 제공한 현대차 버스를 타고 독일 중서부 쾰른 교외의 베르기시-글라드바흐 베이스캠프 숙소인 슐로스 벤스베르크 호텔에 입성했다.

18세기 바로크풍의 고성(古城)을 리모델링한 이 호텔은 태극전사들이 도착하기 전부터 열광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인구가 10만여 명 밖에 되지 않는다는 소도시 베르기시-글라드바흐 주민들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낸 한국 대표팀이 자신들의 고장에 캠프를 차린다는 소식에 자그마한 교외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들떴다.

프리츠 트럼파라는 이름의 할아버지는 어디서 마련했는지 한복 두루마기에다 까만 갓까지 쓰고나와 어깨춤을 추며 분위기를 돋궜다.

주민 2천여명은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는 벤스베르크 호텔 앞 광장을 가득 메웠다.

인근의 쾰른, 레버쿠젠, 본과 멀리 뮌헨 등지에서 몰려온 교민 500여명도 저마다 붉은 티셔츠를 차려입고 팔이 떨어져라 태극기를 흔들었다.

두 딸과 함께 나온 교민 정귀숙(42)씨는 "베르기시-글라드바흐에 사는데 대표팀이 이 곳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너무 설렜다.

교민들의 정성을 모아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재독 쾰른 한인회 황종택 회장은 "13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토고와 첫 경기에는 독일 전역에서 교민 5천여명이 결집해 대규모 응원전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은 예정보다 한 시간 가량 늦은 7일 오전 2시10분 호텔에 도착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공항에서 짐을 싣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30분 지체됐고 중간에 입국장에서 스탬프를 찍느라 15분 정도 더 걸렸다.

태극전사들은 쾰른-본 국제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오지 않고 곧장 계류장에서 대기 중이던 버스에 올랐다.

호텔 정문에 버스가 도착하자 주민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다.

23인의 자랑스러운 전사들을 태운 버스는 인파에 둘러싸인 채 호텔 경내로 들어왔다.

아드보카트 감독과 핌 베어벡 수석코치, 홍명보, 압신 고트비 코치, 김현철 주치의 등은 말끔한 감색 정장을 입었고 태극전사들은 산뜻한 흰색 트레이닝복 상의를 입은 채 버스에서 내렸다.

선수들은 연단에 올라 시측이 마련한 사인판에 서명했고 현지 주민들의 사인 공세를 받아주느라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선수들은 짤막한 행사가 끝나자마자 곧장 숙소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태극호는 이 호텔 전체 120개 객실 가운데 40개에 나눠 투숙했다.

한편 이날 환영 행사는 시측이 정성을 기울여 마련했지만 운영.보안 요원들이 너무 적게 배치돼 환영 인파가 이리저리 떠밀리는 등 매끄럽지 못하게 진행됐다.

선수단은 연단에서 독일에 입성한 소감과 결의를 밝힐 것으로 예상됐지만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제대로 자리를 정돈할 여유를 찾지 못했다.

교민과 현지 주민들은 잔뜩 기다렸던 태극전사들이 도착했지만 장내가 너무 어지러워 짤막한 약식 행사만 지켜본 뒤 발길을 돌려야 했다.

(쾰른=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