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피아노'들이랑 쳤는데 정말 미치겠더라." "난 '섰다맨' 때문에 어찌나 짜증이 나던지." 29일 경기도 여주 캐슬파인GC에서 열린 '전국캐디골프대회'에 참가한 캐디들이 라운드가 끝난 후 모여 수다를 떨었다.

'피아노'는 라운드 도중 건반 두드리는 것처럼 스킨십에 열중하는 '닭살 커플'을 일컫는다.

'섰다맨'은 페어웨이에서 꼼짝도 안하고 캐디가 클럽을 갖다주기만 기다리는 사람을 뜻한다.

이번 대회는 전국 37개 골프장에서 200여명의 캐디가 참가신청을 해 선착순으로 160명을 선발했다.
대회는 '레이디티'와 '레귤러티'의 중간쯤 되는 '시니어티'에서 치렀다.

'그린 도우미' 캐디 골프대회 따라가보니…

캐디들의 라운드 매너는 어떨까.

중앙CC에서 온 한 캐디는 티샷을 한 뒤 캐디가 드라이버를 받으려 하자 "제가 할게요"라며 직접 드라이버를 백에다 넣었다.

클럽을 줄 때는 두 손으로 자연스럽게 건넸다.

그린에 도착하면 플레이가 몹시 빨랐다.

왔다갔다 하면서 그린 라인을 체크하는 행동이 전혀 없었다.

"그린에서 왜 그렇게 빨리 치느냐"고 물었더니 곤지암CC에서 온 신연화씨는 "2퍼트만 하면 되는데 라인을 복잡하게 볼 거 있나요.우리는 걸으면서도 치는 걸요"라고 답했다.

깃대도 늘 스스로 꽂았다.

이렇다보니 진행이 대단히 빨랐다.

40팀이 샷건 방식(각 홀에서 동시에 티샷하는 방식)으로 라운드를 했는데 4시간여 만에 18홀을 다 돌았다.

캐슬파인의 캐디 박혜영씨는 "며칠 전 아마추어퍼골 퍼 160여명이 샷건 방식으로 대회를 하는 데는 5시간이 넘게 걸렸다"면서 "캐디들이 치니까 1시간이나 빠르다"고 전했다.

대회에 참가한 캐디가 라운드 도중 모랫가방을 들고 디봇홀에 모래를 뿌리면 "언니,보는 사람 없는데 하지 마세요"라고도 했다.

이날 '메달리스트'는 유일하게 70대 타수인 6오버파 78타를 친 이경아씨(30·양지파인CC).캐디 경력 7년에 골프를 배운 지 5년 됐다는 이씨는 드라이버샷이 240∼250야드에 달하는 장타자다.

이씨는 "양지CC 캐디들끼리 '즐거운 모임'을 결성해 한 달에 한 번 라운드하고 있다"면서 "골프를 직접 하니까 손님들 마음도 이해하고 골프를 알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중앙CC는 총 15명이 출전, 최다 참가상을 받았다.

첫 대회부터 올해까지 6년간 개근했다는 황경순씨(대구 파미힐스CC)는 "지금까지 메달리스트 2회, 준우승 2회를 했지만 오늘은 OB를 3번이나 내는 바람에 입상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성적은 90타 이하를 기록한 '수준급 골퍼'가 총 19명이었고 91∼100타를 친 '애버리지 골퍼'는 49명이었다.

행사가 끝난 후 골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양지파인CC의 심명희씨(38)는 "캐디 덕분에 샷이나 퍼트가 잘 됐을 때 격려 한마디가 큰 힘이 되지요. 하지만 샷이 잘 안 될 때 캐디 탓을 하면 정말 속상합니다"라고 말했다.

캐슬파인GC(여주)=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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