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딩 머신' 조재진(25.시미즈 S펄스)이 공포의 헤딩 뿐 아니라 '황금 발'도 있음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조재진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드보카트호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평가전에서 후반 종료 직전 90분 내내 기막힌 선방을 펼치던 보스니아 골키퍼 로메오 미트로비치가 꼼짝할 수 없는 오른발 땅볼 강슛으로 그물을 흔들었다.

조재진은 그동안 뛰어난 고공전 실력에 비해 발로 해결하는 능력이 다소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8강을 이뤄내며 맹활약할 때에도 헤딩 골을 잇따라 뽑았고 아드보카트호에 승선해서도 지난 1월 홍콩에서 열린 덴마크와 칼스버그컵 결승에서 선제 헤딩골을 터뜨렸다.

팬들에게 조재진은 '주로 헤딩에 강한' 골잡이로 각인돼 있었다.

조재진은 그러나 이번 평가전 직전 인터뷰에서 "내 특기는 헤딩만이 아니다.

슈팅력이 어떤 지 직접 와서 한 번 보라"며 자신감을 표출했었다.

그리고 후반 26분부터 기회가 찾아왔다.

선배 안정환(뒤스부르크)에 두 번 연속 선발 원톱 자리를 내줬지만 조커 카드로 아드보카트 감독의 출격 명령을 받은 것이다.

조재진은 투입되자마자 기습적인 문전 침투로 골 찬스를 엿봤다.

후반 37분 비록 오프사이드가 선언되기는 했지만 한 박자 빠른 쇄도로 네트를 흔들었다.

이어 후반 종료 직전 실제로 골문을 갈랐다.

센터서클에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길게 쭉 올려준 전방 패스를 박주영(FC서울)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빈 자리를 보고 시야를 열어주자 지체없는 오른발 슛이 터졌다.

파주 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입소한 직후 무릎과 안쪽 인대를 다쳐 훈련을 하루 쉬기도 한 조재진으로서는 컨디션에 대한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내는 축포였다.

조재진은 이날 활약으로 이동국(포항)의 월드컵 출전 좌절로 갑자기 '자원 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는 중원 원톱 자리에서 확실한 대안으로 부상했다.

그는 경기 후 "출발하기 전 마지막 경기에서 골을 넣어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됐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어제 미팅에서도 교체 멤버로 나갈 것을 알았는데 교체로 나가서 뭔가 보여주겠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조재진은 이어 "한국에서 가진 마지막 평가전에서 골을 넣어 내 존재가치도 올라갔을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 감독님이 나와 (안)정환이 형을 고르기가 힘들 것이다"라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골을 넣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안정환과 조재진이 동시에 화끈한 결정력을 자랑한다면 아드보카트 감독의 고민은 깊어지겠지만 태극호의 전체 화력은 그만큼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