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남녀 프로골프 대회가 크게 늘어나면서 반색하던 선수들이 '캐디난(難)'이라는 암초를 만나 울상이다.

11일부터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 KB스타투어 1차전을 개최하는 경기도 용인 88골프장은 대회기간 하우스캐디 30명만 지원하기로 했다.

골프장에 상시 고용하고 있는 캐디 가운데 대회 때 프로 선수들의 백을 맡는 하우스캐디가 30명 밖에 지원되지 않는다면 70명 이상의 선수가 스스로 캐디를 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19일 개막하는 한국여자오픈 때는 아예 하우스캐디를 단 한 명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 대회가 치러질 태영골프장의 입장이다.

골프장이 하우스캐디 지원을 않기로 한 것은 일반 내장객을 받을 때와 달리 캐디들을 한꺼번에 코스에 내보느라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대회 기간에도 일반 내장객을 받는 골프장이 많은 데다 방송 중계에 필요한 성적 집계 등 대회 진행요원으로도 많은 캐디를 내줘야 한다.

이와 함께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들도 대회 때 프로 선수들의 백을 메는 것을 꺼린다는 사실도 한가지 원인이다.

조언 한마디가 선수들의 성적과 직결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한 데다 전동카트를 쓸 수 없어 수동카트를 끌고 다니거나 직접 백을 메야하는 등 심신이 피곤하다.

그렇다고 보상이 충분히 주어지지도 않아 봉사료 10만원 내외를 받는 게 고작이다.

대회를 개최하는 골프장이 캐디를 내주지 않으면 선수들은 각자 캐디를 구해야 하지만 쉽지가 않은 실정.
정상급 선수들은 경제적 여유가 있어 전문 캐디를 고용할 수 있고 하우스캐디 배정 때도 전년도 상금순위에 따르기에 캐디 구하기는 수월한 편.
또 아버지나 오빠, 동생 등 가족들이 골프를 치거나 골프에 대해 잘 아는 선수들은 비교적 고민이 적다.

또 소속된 골프 연습장 레슨프로나 다니는 학교 골프부 동료나 선, 후배들에게 맡길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주변에 마땅한 캐디 '자원'이 없는 선수가 더 많기에 상당수 선수들은 대회를 앞두고 캐디 구하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상금순위 40위권이라는 한 선수는 "실력이 있는 하우스캐디는 상위 랭커들이 먼저 차지한다"면서 "달리 도와줄 사람이 없어 주니어 골프 선수인 친구 동생에게 부탁을 해놨는데 대회 때마다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