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져도 한참 달라졌다'

한국프로골프 겸 아시아프로골프 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컷을 통과한데 이어 중위권 입상이라는 성과를 낸 위성미의 사흘 동안 플레이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수준급 남자 프로 선수의 기량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금까지 위성미는 어린 여자 선수로서 남자 선수 못지 않은 장타력으로만 주목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14세 때부터 300야드를 넘나드는 폭발적인 장타를 때렸던 미셸 위는 이런 장타력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것.

이번 대회 때도 그의 장타력은 남자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충분했다.

최종 라운드 때 9번홀(파4.460야드)에서는 300야드를 날린 뒤 8번 아이언으로 두번째 샷을 때린 사실은 장타력을 입증한 사례.

하지만 위성미는 대회에 나올 때마다 '잠재력이 뛰어나다'는 찬사 못지 않게 '경기 운영 능력이 부족하다'거나 '쇼트게임과 퍼팅은 젬병'이라는 비판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프로 전향 이후 집중적인 훈련을 받은 덕인지 이번 대회에서 위성미는 샷의 정확성과 경기 운영 능력, 그리고 쇼트게임과 퍼팅에서 놀랄 만큼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대회 주관 방송 MBC에서 해설을 맡은 문홍식 해설위원은 "아이언샷의 컨트롤이 굉장히 좋아졌다"면서 "원하는 거리를 정확하게 날려보냈는데 이는 풀스윙 뿐 아니라 4분의 3 스윙이나 넉다운샷을 원하는대로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상보다 바람이 심하지 않았지만 강풍이 자주 부는 스카이72골프장의 특성을 감안해 연습을 했다는 넉다운샷에 대해 김종덕(45.나노소울)은 "웬만한 여자 선수는 손목 힘이 약해 저런 샷을 못 친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렇지만 위성미의 기량 향상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역시 쇼트게임과 퍼팅이었다.

스코어를 낮추는데 가장 중요한 쇼트게임에서 위성미는 특히 굴려서 핀에 붙이는 샷에서는 거의 실수가 없었다.

가장 확률이 높은 굴리는 샷을 집중적으로 연마했음을 이번 대회에서 위성미는 분명하게 보였다.

또 가장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퍼팅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뛰어난 부분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컷을 통과하기까지 36홀 동안 위성미는 홀당 평균 1.64개의 퍼트 개수를 기록했는데 이는 이 대회 출전 선수 가운데 최고 수준이었다.

대회 기간 위성미는 퍼팅 그린 연습 때 1.5∼2m 거리의 퍼팅 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이는 곧바로 성적으로 연결됐다.

게다가 경기 운영이 어린 선수답지 않게 노련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우선 스윙을 마칠 때까지 일정한 템포를 유지하는 것이 눈에 띄었고 스윙에는 군더더기 동작이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셋업에서 스윙을 마칠 때까지 한 동작으로 마무리짓는 이런 '스윙 루틴'은 타이거 우즈(미국)를 비롯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공통점이다.

이런 템포와 경기 리듬은 바로 집중력을 최대화하려는 것. 또 위기 때도 이런 리듬과 템포를 지킴으로써 타수를 허투루 잃는 일을 가능한 한 줄였다.

1, 2라운드를 함께 치른 김대섭(25.SK텔레콤)은 "나보다 더 집중력이 뛰어난 것 같았다"면서 "꼭 넣어야할 퍼팅과 꼭 붙여야 할 어프로치에서는 실수가 없더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종 라운드 4번홀(파3)에서 티샷이 해저드 구역 내에 떨어졌지만 룰을 100% 활용해 결국 보기로 막아낸 것은 '프로' 위성미의 면모를 보인 대목이었다.

(인천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