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환대를 받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이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찾기 위해 왔습니다."


한국계 미국프로풋볼(NFL) 스타 하인스 워드(30)는 4일 오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것으로 방한 이틀째 일정을 시작했다.


연회색 정장을 입고 기자회견장에 나온 워드는 다소 어색한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는 말로 입을 연 뒤 200명이 넘는 취재진 앞에서 특유의 '살인미소'를 지어보이며 40여분간 질문에 답했다.


"나는 서울 출신이고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와 긴장되면서도 기쁩니다. 이번 기회에 한국 전통과 유산 등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길 바랍니다. 나는 혼혈이기 때문에 절반의 전통이 여기에 있습니다."



워드는 자신의 방한이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몰라 무척 긴장하고 있다고 솔직히 밝혔다.


그는 특히 "어머니는 자라면서 내게 한국 전통을 숨기려 하지 않았나 싶었다"면서 "그러나 나는 한국에 관심이 많았고 한국에 오는 것도 시즌 전부터 어머니와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에 대해서는 자라면서 혼혈아라는 멸시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어머니는 나보다 더 고생했죠. 누구의 도움도 없이 열심히 일하면서 나를 키웠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자 합니다."


그는 한국 혼혈인에게 하고픈 얘기도 들려줬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것 때문에 놀림을 받았지만 성경은 모두 하나님의 자녀이고 형제자매라고 가르칩니다.


저도 자라면서 반이 한국인이란 게 창피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양국의 전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축복이자 큰 혜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워드는 이어 "어머니는 교회에 열심히 다니셨어요. 아는 이도 없고 영어도 못해 하나님께만 의지했죠. 신앙심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혼혈 문제와 관련, "펄벅 재단과 연계해 비슷한 재단을 세울지 매니지먼트팀과 논의하고 있다"면서 "어머니는 한국에 집을 사 달라고 하고 있고 저도 올해 안에 다시 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 어린이들이 꿈을 갖고 열심히 노력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어떤 일을 하든 간에 열심히 노력하면 많은 것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저는 풋볼을 시작하면서도 '여건이 안 된다. 신체적으로 안 된다'는 등 힘 빠지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열심히 했기 때문에 챔피언이 되고 최우수 선수도 됐습니다. 역경은 역경일 뿐 꿈은 언제라도 이룰 수 있다고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기자 회견을 마친 워드 선수 모자는 곧바로 청와대를 방문,노무현 대통령 내외와 오찬을 함께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영웅이 돼 돌아왔는데 개인적으로만 좋은 게 아니라 열심히 노력해 성공해서 세계적인 영웅이 됐기 때문에 한국에서 자라나는 많은 젊은이들이 워드 선수를 보고 큰 꿈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꿈을 주는 영웅이 돼 정말 축하한다"고 격려했다고 배석한 김만수 대변인이 전했다.


워드는 "한국의 유산과 혈통에 대해 배우기 위해 찾아왔다"며 "어머니의 희생을 잘 알고 있어서 이번 한국 방문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나의 뿌리와 유산을 많이 배우고 싶다"고 답했다. 또 "젊은이들의 모범과 귀감이 된다니 영광이고 형언할 수 없는 축복"이라면서 "어머니는 겸허하게 생각하라고 자주 말씀하셨고 남에게 대우받으려면 남을 대우하라는 말씀도 하셨다"며 교민 사회가 보내 준 성원에 감사했다.


워드는 오찬에 앞서 노 대통령에게 미식축구 사인볼과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전했으며 노 대통령은 답례로 전통 도예기법으로 제작된 '무궁화 다기(茶器) 세트와 접시'를 선물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의전선물로 처음 제작한 것"이라며 "하인스 워드는 새로 첫선을 보인 청와대 의전용 선물을 전달받은 1호손님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워드는 5일 서울시청을 방문,이명박 시장으로부터 명예서울시민증을 받는다.


허원순·한은구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