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홈런왕' 이승엽(30.요미우리)이 이틀만에 통렬한 홈런포로 가동하며 본격적인 일본 정복에 나섰다. 이승엽은 2일 도쿄돔에서 벌어진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 홈경기에서 5-4로 앞선 7회 쐐기를 박는 솔로홈런을 치는 등 4타수 2안타로 고감도 방망이를 휘둘렀다. 하라 다츠노리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이승엽은 이로써 개막 3연전에서 홈런 두 방을 포함해 10타수 5안타로 타율 0.500, 4타점, 7득점의 빼어난 활약을 펼쳐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간판타자로 빠르게 뿌리를 내렸다. 4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출장한 이승엽은 0-1로 뒤진 1회말 1사 1,2루에서 총알같은 우전안타를 날렸다. 타구가 너무 빨라 2루 주자가 홈까지 파고들지 못하고 3루에서 멈췄지만 이승엽의 안타로 만루 찬스를 만든 요미우리는 후속 타자 다카하시 요시노부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든 뒤 계속된 만루에서 아베 신노스케가 2타점 적시타를 날려 3-1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승엽은 요미우리가 3-2로 쫓긴 2회 2사 2루에서는 강습타구가 1루수에 걸렸고 5회 무사 1루에서는 다시 3루 땅볼로 선행 주자를 아웃시켰다. 그러나 이승엽의 방망이는 고비에서 다시 한번 폭발했다. 요미우리가 5-4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7회말 1사 뒤 타석에 나선 이승엽은 개막전에서 마수걸이 홈런을 쳤던 요코하마의 중간계투 가토 다케하루와 다시 마주섰다. 가토는 장타를 의식한 듯 조심스럽게 공을 던졌으나 이승엽은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140㎞ 직구가 높게 들어오자 가볍게 방망이를 돌려 도쿄돔의 좌중간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솔로아치를 그렸다. 이승엽의 한방으로 기세가 오른 요미우리는 다카하시 마저 맥빠진 가토를 랑데부 아치로 두들겨 7-4로 점수 차를 벌리며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이승엽은 일본 특유의 `잔꾀 야구'에 쓴 맛도 봤다. 5회말 무사 1루에서 3루 땅볼을 친 뒤 전력질주로 병살타를 막은 이승엽은 잠시 긴장을 풀다 아웃되고 말았다. 요코하마 1루수 사에키가 공을 투수에게 던지는 시늉을 한 뒤 글러브에 감추고 있다가 이승엽이 베이스에서 떨어지자 바로 태그를 한 것. 이승엽은 잠시 어이없는 표정을 짓다 벤치로 돌아왔지만 일본의 `잔꾀 야구'를 조심해야 한다는 큰 교훈을 얻게 됐다. 한편 이승엽의 활약속에 개막 3연전에서 2승1패를 거둔 요미우리는 4일부터 진구구장에서 도쿄 라이벌인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원정 3연전을 벌인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