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은 나이 순이 아니잖아요" '차세대 거포' 박병호(20.LG)가 주전 1루수를 확보하기 위한 무력 시위에 들어갔다. 박병호는 24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2006 프로야구 시범경기 롯데전에서 1루수 겸 4번타자로 선발 출장해 5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솔로 홈런을 터뜨려 팀의 7-3 승리에 힘을 보탰다. 박병호는 이날 5-3으로 쫒긴 5회에 신인 투수 나승현과 마주해 볼카운트 2-2에서 직구를 노려쳐 좌측 펜스를 훌쩍 넘기는 큼지막한 홈런을 뽑아냈다. 박병호는 이날 1루수로는 시범경기에 처음으로 선발 출장한 것. 기회를 잡자마자 화끈한 홈런포를 가동해 이순철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하며 일단은 주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경기 전 "박병호와 정의윤이 2년차 답지 않게 여유있는 모습으로 잘해주고 있다. 하지만 박병호는 경쟁이 너무 치열해 기회가 많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한 이순철 감독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하나 받은 셈이 됐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시범경기 개막 후 그동안은 쟁쟁한 선배들에 밀려 본업인 1루수 글러브를 잡지 못한 채 기껏해야 지명타자나 대타로 그라운드에 서왔다. 1루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LG의 여러 포지션 가운데서도 가장 뜨거운 곳이다. 기아에서 트레이드된 마해영과 화려한 재기를 노리는 서용빈, '베테랑' 최동수 등이 저마다 주전을 꿰차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박병호는 지난해 '슈퍼루키'라는 집중 조명을 받으에 프로에 입문했으나 요령 부족으로 타고난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며 프로의 매운 맛을 톡톡히 본 선수. 2년차가 되는 올해는 뭔가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먼저 치열한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3루수 훈련도 소화하긴 했지만 3루 역시 박기남, 이종열 뿐 아니라 상무에서 제대한 '다크호스' 추승우까지 합류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기 때문에 무조건 1루수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시범 경기에서 타율 5할에 육박하는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박병호는 "최근 방망이 페이스 좋은 편인데 오늘은 홈런 다음 타석에서 생각이 많아져 좋은 공을 못친 게 못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병호는 "쟁쟁한 선배들과의 주전 경쟁을 하고 있는데 욕심은 나지만 마음을 비웠다. 그래서 방망이가 더 잘맞고 있는 지도 모른다"면서 "목표는 개막전 엔트리에 드는 것이다. 어떤 일이 맡겨지든 제 몫을 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