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시민구단 대구FC가 이름을 알 수 없는 한 팬에게서 또 1천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대구는 지난 2월 말 '기부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당부한 한 시민으로부터 '이벤트에 써 달라'는 편지와 함께 후원금 1천500만원을 받은 뒤 12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7 프로축구 개막전 전남 드래곤즈전을 사상 유례없이 후불제로 치렀다. 말 그대로 후불제는 관중이 입장권을 사지않고 경기를 보고 나갈 때 모금함에 '성의표시'를 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입장료없이 후불제로 시즌 개막전을 치른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며칠이 채 안돼 지난 주말 대구FC 사무국에 현금 1천500만원이 담긴 종이상자가 또 배달된 것이다. 대구FC는 택배로 현금상자를 보낸 이가 누구인지 몹시 궁금해하고 있지만 소포에 기부한 사람의 인적사항을 짐작할 만한 어떤 단서도 없어 고개만 갸우뚱하고 있다. 구단은 우선 '얼굴없는' 첫번째 기부자가 후원금과 함께 동봉한 편지에 자신이 바라는 이벤트방법을 적어보내 아마 홈 경기를 자주 보는 열성 팬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워드로 작성한 편지에서 "대구FC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지원하고 싶다"며 '홈 경기에서 대구가 이기거나 비겼을 시 대구 선수 가운데 MVP 선정' '관중에게도 상금이 돌아갈 수 있는 이벤트 신설' 등을 당부했다. 그렇지만 두 번째 기부자의 경우 현금뭉치만 보낸 뒤 도착 당일 "본인은 아니지만 택배가 잘 도착했느냐"는 여자 목소리의 확인 전화만 걸려왔을 뿐 구단은 누가 왜 보냈는지 어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또 처음 돈을 보낸 이와 두 번째 보낸 후원자가 동일인물인지 아닌지도 오리무중이다. 이대섭 대구FC 단장은 "누가 거액의 후원금을 보냈는지 찾고 싶지만 오히려 익명으로 기부한 팬들의 뜻이 훼손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돼 그저 지켜만 보는 안타까운 형편"이라면서 "기부금은 뜻을 살려 홈 경기 이벤트에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는 익명의 후원금에 감동, 프로축구 구단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후불제로 관중을 맞은 개막전에 1만9천명이 몰려 160만원 상당의 입장수입과 연간 입장권 50매를 걷어 들였다고 밝혔다. 몇 백원부터 몇 만원까지 형편대로 내놓은 '자발적' 후불 입장수입은 다음 홈 경기 이벤트비용으로 쓰일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