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의 김인식 감독이 최희섭(LA 다저스) 대신 홍성흔(두산)을 새로운 4번 타자로 낙점했다. 김 감독은 10일(한국시간) 오전 5시~7시 두 시간 동안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스프링캠프에서 투타 훈련을 진행하던 중 "최희섭 대신 부상 중인 홍성흔을 4번 지명 타자로 기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포 김동주(두산)가 예선전 도중 어깨 탈구 부상으로 이탈한 뒤 중심 타선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던 김 감독은 비록 홍성흔이 발목과 팔꿈치 부상으로 포수 수비는 힘들지만 방망이는 충분히 돌릴 수 있다는 판단하에 그를 4번 타자로 기용하기로 했다. 김 감독은 이어 "5번 타자로는 상대 투수에 따라 좌투수이면 우타자 송지만(현대)을, 우투수이면 좌타자 이진영(SK)을 기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한국대표팀은 이종범(기아)-이병규(LG) 두 1~2번 타자를 중심으로 이승엽(요미우리)-홍성흔-이진영(또는 송지만)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타선으로 본선리그를 맞게 됐다. 중심 타선은 다시 좌-우-좌로 이어지는 이상적인 모양새를 띠게 됐다. 홍성흔은 "발목이 (수비) 출장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좋지 않지만 타격 컨디션은 점점 살아나고 있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홍성흔은 지난 3일 대만전에서 4회 결승점이 된 좌선상 1타점 2루타를 터뜨리는등 예선전에서 4타수 2안타에 1타점을 올렸다. 중국전에서는 결장했고 일본전에서는 대타로 나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최희섭은 당초 거포로 대표팀에서 한 방 능력을 과시해 줄 것으로 기대됐으나 타격이 기대에 못미쳐 결국 대타로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최희섭이 부드럽지 못해 아직 타격할 때 리듬을 탈 줄 모르는 것 같다"며 공격력 극대화를 위해 그를 대타로 강등시키는 용단을 내렸다. 최희섭은 지난 4일 중국과의 예선 2차전부터 4번 타자로 나와 일본전까지 2경기를 뛰었다. 예선전 타격 성적은 11타수 3안타(타율 0.272)에 1타점을 올렸다. 대만전 첫 타석에서 중월 2루타가 있었고 일본전에서는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김 감독은 본선 진출의 분수령이 된 대만전에서 0-0이던 4회 1사 2루에 나온 최희섭이 볼카운트 0-3에서 4구째를 건드려 포수 파울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난 장면을 언급했다. 이어 "메이저리그에서처럼 좋은 공이 올 때 볼카운트에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두를 수도 있으나 승부에 있어 가장 중요한 대만전이었고 중심타자로서 좀 더 생각하는 타격을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부상 투혼으로 연일 대표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홍성흔이 막중한 책임이 부여된 4번 타자로서 제 몫을 해낼 지 관심이 쏠린다. (피오리아=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