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프레레 감독이 계속 있었다면 내 축구 인생은 어떻게 됐을 지 모른다. 감독 교체가 내게는 행운이었다" 프로축구 울산 현대의 이천수(25)가 K리그는 물론 국가대표팀에서도 제 기량을 뽐내며 화려하게 부활하기까지의 '성장통'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이천수는 8일 오후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도쿄 베르디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소시에다드에 진출했다 지난해 K리그로 복귀하면서 한 때 축구를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결국 한층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축구 선수는 그라운드에 서 있어야 하는데 참 비참했다"면서 "은퇴하느냐고 물어오는 사람도 있었고 '이천수는 끝났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 스스로 '이대로 그냥 묻혀 버리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무엇보다 축구 선수로서 한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것을 가장 가슴 아파했다. 특히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지난해 8월 사우디 아라비아와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 때 엔트리에서 제외돼 벤치도 아니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경험은 아직도 그의 가슴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었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본 것은 축구를 시작한 이후 그 때가 처음이었다. 전날 엔트리를 알려주는데 빠져 있어 코칭스태프에게 집으로 돌려 보내달라고까지 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며 "그 때 다시 한번 악이 받쳤다"고 전했다. 또 "몸도 안 좋긴 했지만 본프레레 감독은 이상하게 날 대표팀에 뽑지 않았다"며 "본프레레 감독이 계속 있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어찌 보면 감독이 바뀐 게 내게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이천수는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겪은 비슷한 경험도 얘기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도 초반에는 대표팀에 부르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 이후 기회가 왔고 그 때 죽어라고 뛰었다. 그해 8월 체코와 원정 평가전에서 0-5로 참패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히딩크 감독이 박항서 코치를 통해 '널 새롭게 봤다. 넌 아마추어(당시 고려대 재학 중)니까 남들보다 훈련 더 열심히 해라'고 격려해 줘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 평가전이 끝난 뒤 비록 경기엔 나서지 못했지만 핌 베어벡 코치가 "아드보카트 감독이 널 싫어하지 않고 있으니 기 죽지 말라. K리그 보러 갈 테니 열심히 해라. 웃어라"하고 힘을 불어넣어 줬던 게 부활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도쿄=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