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은 금물.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국 쇼트트랙의 '대들보' 안현수(21.한국체대)와 이호석(20.경희대)이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시내 팔라벨라 빙상장에서 치러진 남자 1,500m 결승에서 나란히 금, 은메달을 휩쓸면서 마침내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안현수의 금메달은 당초 대한체육회가 이번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예상했던 목표인 은메달의 기대를 뛰어넘은 뛰어난 성과다. 체육회는 당초 쇼트트랙 여자 1,500m와 남녀 계주 등 총 3개의 금메달을, 남자 1,500m와 여자 1,000m에서 은메달을 예상했었다. 이에 따라 안현수의 금메달, 이호석의 은메달은 한국 선수단의 동계올림픽 '톱10' 재진입을 위한 기분좋은 출발을 했다는 것 뿐 아니라 전종목 석권의 가능성까지 열었다는 데 큰 의의를 가진다. 하지만 상쾌한 첫 걸음을 내디딘 만큼 지금부터 전력과 팀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도 함께 가지게 됐다.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다음 경기에 나설 선수들이 더욱 심한 '메달 스트레스'를 가질 수 있다는 게 빙상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 2004년말 여자대표팀의 구타 파문을 시작으로 지난해 4월 남자 대표팀 지도자 선임문제로 선수촌 입촌거부 사태 등 한국 쇼트트랙은 1년 내내 각종 '파문'의 홍역을 치르면서 지도자와 선수, 빙상연맹이 서로 믿지 못하는 어려운 시절을 보내왔다. 더욱이 올림픽을 한 달여 앞두고 불거진 소위 '파벌훈련'으로 인해 쇼트트랙은 국민에게서 차가운 시선을 받으면서 토리노행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이로 인해 더욱 성적에 대한 '강박관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선수들은 남자 1,500m의 금,은메달로 자칫 남은 선수들이 '오버 페이스'를 할 수 있는 분위기에 휩싸일 수도 있다. 이럴 때 일수록 남녀 코치가 합심해 선수들의 사기진작과 함께 충분히 자기조절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게 당면 과제다. 지난달 말 '파벌훈련에 대한 따가운 여론의 시선을 의식해 남녀 '통합훈련'을 선언했던 대표팀이지만 토리노에 도착한 뒤 겉모습만 통합훈련일 뿐 여전히 두 패로 나뉘어 훈련하는 모습을 보여준 대표팀의 모습은 여전히 '금3 달성'의 목표를 위협하는 하고 있다. 안현수의 첫 금메달이 '릴레이 금사냥'에 나서는 한국 쇼트트랙에 '독(毒)'이 되지 않도록 코칭스태프은 물론 체육회, 선수들이 합심해 방심을 풀지 말고 긴장의 끈을 바짝 당겨야 할 때다. (토리노=연합뉴스)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