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일 대장정에 나선 아드보카트호가 정확히 항로의 절반을 항해했다. 지난 달 16일(이하 한국시간) 자정을 막 넘긴 시간 '인천공항 심야소집'으로 닻을 올린 축구 국가대표팀은 5일 미국과 비공개 평가전까지 전체 41일의 일정 중 22일을 소화했다. 아시안컵 예선 시리아전(22일)까지 훈련의 연장선으로 볼 때 계산법이다. 인천→두바이(아랍에미리트연합.UAE)→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홍콩→로스앤젤레스(미국)→런던(영국)→알레포(시리아)→두바이→인천으로 이어지는 아드보카트호 항해의 총 연장은 약식 마일리지 계산으로 약 3만500마일(4만8천800㎞). 이중 LA까지 1만6천190마일(2만5천900㎞)을 항해했으니 거리상으로 53.1%를 지나왔다. 지구 둘레는 약 4만㎞로 이미 지구 3분의 2 바퀴를 돌아온 셈이다. 아드보카트호는 몇 차례 고비를 맞았지만 비교적 순탄한 항해를 해오고 있다는 안팎의 평가를 받고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 스스로도 "젊은 선수들이 테스트에서 훌륭한 경험을 쌓고 있다"며 자평했다. ◇실험에도 '끝'은 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그동안 6차례 공식.비공식 평가전에서 실험에 실험을 거듭했다. 6경기에 총 87명(연인원)을 선발 또는 교체 투입해 경기당 14.5명을 썼다. 지난달 21일 그리스, 25일 핀란드전에서 5명씩 교체해 가장 많은 변화를 줬고 핀란드전 후반 38분 이후에는 포백(4-back)에서 스리백(3-back)으로 경기 도중 포메이션을 바꾸기도 했다. 단 한 번도 같은 선발 라인업이 나온 적은 없다. 단 박주영(서울)-이동국(포항)-이천수(울산)가 UAE전(1월18일)과 그리스전에 연속 스리톱(3-top)으로 나왔고 백지훈(서울)은 그리스전부터 덴마크전(2월1일)까지 4경기 연속 공격형 미드필더로 고정됐다. 포백은 4번 시도했는데 선수 구성이 제각각 달랐다. 5경기 연속 골문을 지키던 이운재(수원)마저도 미국전에서는 조준호(부천)로 바꿨다. 그렇다고 아드보카트 감독이 무작정 실험만 계속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분석이다. 포백은 9일 LA 갤럭시전까지 시험대에 올려본 뒤 실험을 끝낼 수도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그 이후 코칭스태프와 논의해 실험을 계속할 지 결정하겠다"고 공언했다. 수비 쪽이 먼저 자리를 잡아야 하는 건 해외파가 합류했을 때 변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물론 포백에서 이영표(토튼햄)를 왼쪽, 차두리(프랑크푸르트)를 오른쪽 윙백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변수가 있지만 국내파와 일본파가 수비진의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드필더와 공격진은 항상 빈 자리를 염두에 두고 실험해야 한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설기현(울버햄프턴), 안정환(뒤스부르크)이 들어왔을 때 경쟁구도와 포메이션의 흐름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적은 비교적 풍작 시리아전을 포함해 총 10차례 평가전 중 6경기를 소화했다. 중간 전적은 비공개 평가전인 미국전을 합해 3승1무2패. 아드보카트 감독 부임 초기인 지난해 세 차례 평가전에서 2승1무로 무패를 달렸던 것과 비교하면 2패가 다소 걸리기는 하지만 훈련 과정임을 고려하면 무난한 성적표라는 평가다. 유럽 4개팀(그리스, 핀란드, 크로아티아, 덴마크), 아시아 1개팀(UAE), 북중미 1개팀(미국)을 상대했다. 남은 상대는 북중미 2개팀(코스타리카, 멕시코), 아시아 1개팀(시리아), 클럽 1개팀(LA 갤럭시)이다. 득 7점, 실 6점으로 경기당 평균 득점은 1.17골로 다소 빈약했고 덴마크전에서 한 번에 많은 실점(3골)을 내준 게 골득실을 악화시켰다. 그래도 연초 같은 시기에 전훈을 한 2002년 히딩크호, 2005년 본프레레호와 비교하면 월등한 성적이다. 히딩크호는 2002년 1-2월 북중미 골드컵과 우루과이 원정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한 채 2무4패로 가라앉았다. 골드컵 8강 멕시코전 승부차기 승리는 공식 기록으로는 무승부. 본프레레호는 지난해 1월 LA 전훈에서 스웨덴, 파라과이, 콜롬비아 1.5진과 맞닥뜨려 2무1패를 기록했다. 역시 승리가 없었다. 아드보카트호 전적은 패-무-승-승-패-승 순이다. 미국전 승리 이후 상승세를 탄다면 기분좋게 시리아에 입성할 수 있다. ◇'총원 23명, 현 인원 22명, 부상 1명' 지난 21일 간 가장 가슴을 졸인 아드보카트호 스태프는 김현철 주치의와 최주영 의무팀장으로 봐도 무방하다. 출발 전부터 부상을 털어내지 못해 명단에서 빠진 송종국(수원) 때문에 불안했고 이후에도 줄부상 소식에 한시도 편한 날이 없었기 때문이다. 초반 최태욱이 다리 부상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해 고생했고 김동진(서울)도 화장실에서 발을 다쳤다. 그럼에도 김동진은 부상 투혼으로 크로아티아전에서는 생일 축포도 쏘았다. 오른 다리 인대를 크게 다친 김영광(전남)은 아직도 재활 중이다. 3주 정도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지금까지 부상자로 남아있는 유일한 태극전사다. 김영광이 다친 뒤 아드보카트호에 부상 경계령이 내려졌다. 다행스럽게도 이후에는 거친 유럽 팀과 대결에서도 다친 선수가 없었다. 미드필더 김정우(나고야)는 소속 팀의 요청으로 불가피하게 홍콩에서 이탈해 팀으로 복귀했다. 23인의 태극전사가 제적 인원 22로 줄어든 이유다. 김정우는 빠르면 미국 전훈 막판에 재합류가 가능하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