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에 있는 설움을 잘 알지 않습니까. 제게 기회가 많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23일 리야드 외곽 경기장에서 훈련을 끝낸 뒤 구경온 현지 교민들에게 사인을 해주던 조재진(25.시미즈)은 표정은 상냥했지만 이를 악물고 있었다. 조재진은 축구대표팀 간판 스트라이커 이동국(27.포항)이 중동에서 치른 2차례 평가전에서 선발로 활약하는 동안 그리스전(21일) 교체 멤버로 잠깐 출전했을 뿐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23일 훈련장 분위기는 달랐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조재진과 정경호(26.광주)를 붙잡고 이런저런 지시를 하는 장면이 자주 포착됐다. 자체 연습게임에서도 이동국 대신 스트라이커 자리에 섰다. 그렇다고 기회가 많은 것은 아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조재진의 선발 출전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모든 선수에게 1-2번씩 기회가 갈 것"이라고 대답했다. 핀란드전에 선발 출전했다가 별다른 활약을 못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소리다. 본인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스트라이커(이동국)가 골을 넣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골을 넣고 싶다"고 말했다. 플레이 스타일이 '황새' 황선홍(38)과 닮았다고 해서 '작은 황새'라는 별명이 붙은 조재진은 공교롭게도 4년 전 황선홍과 비슷한 처지에서 핀란드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직전 불의의 부상으로 '비운의 골잡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녔던 황선홍이 불운의 꼬리표를 뗀 것은 2002년 3월 핀란드전(2-0승)에서였다. 황선홍은 당시 3무4패로 부진하던 히딩크호에 연속골을 선사하며 팀을 상승세로 이끌더니 한.일월드컵 본선 첫 경기 폴란드전에서도 선제골의 주인공이 됐다. 아드보카트호도 지난해 3차례 평가전에서 2승1무의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새해 들어 1무1패로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핀란드를 잡는다면 전훈에서 본선 진출국 크로아티아(1월29일), 코스타 리카(2월12일), 멕시코(2월16일)를 맞이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벤치를 데울 만큼 데운 조재진이 아드보카트호에 시원한 골을 선사하며 황선홍의 영광을 이어갈 수 있을까. 25일 핀란드전에 조재진과 아드보카트호의 많은 것이 걸려있다. (리야드=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