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보카트호가 유럽축구선수권(유로2004) 챔피언 그리스와 한 골씩 주고받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1일 밤(이하 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프린스 파이잘 빈 파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 4개국 대회 그리스와 A매치에서 전반 10분 자고라키스에 선제골을 내줬으나 전반 24분 박주영이 헤딩 동점골을 터뜨려 1-1로 비겼다. 그리스와 사상 첫 대결에서 비긴 아드보카트호는 출범 이후 2승2무1패가 됐다. 해외 전지훈련 평가전 전적은 지난 18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 0-1 패배를 포함해 1무1패. 한국은 독일월드컵 본선 상대 그리스와 비슷한 조직력 축구를 구사하는 그리스를 맞아 초반에는 밀렸으나 동점골 이후에는 상대를 압도했다. 유럽의 벽을 넘기에는 다소 결정력이 부족했고 역습에 불안한 문제점도 여전했다. 그러나 전반 중반 이후 페이스를 찾아 유럽팀에 대한 적응력을 길렀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선발로는 처음 포백 실험을 시도했지만 출발은 불안했다. 김동진-김진규-최진철-조원희를 일자로 세운 한국은 초반 이호-백지훈-김두현의 미드필더진이 중원 싸움에서 밀려 주도권을 내줬다. 전반 10분 대인 마크가 느슨해지면서 곧바로 실점 장면이 나왔다. 왼쪽 측면 돌파를 시도한 그리스 윙백 라고스는 이천수, 조원희가 터치라인 아웃으로 보고 어정쩡해 한 사이 중앙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김진규가 헤딩으로 걷어낸 볼은 아크 정면에 도사리고 있던 유로2004 MVP 자고라키스의 오른발에 논스톱으로 걸렸고 제대로 맞은 발리슛은 낮게 깔려 몸을 날린 이운재의 방어를 뚫고 왼쪽 그물을 흔들었다. 실점 위기는 계속 찾아왔다. 전반 17분 파파도풀로스의 왼쪽 돌파에 이어 크로스를 올리자 김동진이 살피기디스를 놓쳐 노마크 다이빙 헤딩슛을 허용했다. 3분 후 파파도풀로스가 이운재의 키를 넘기는 슛으로 추가 득점할 뻔 했으나 김진규가 골문으로 빨려들던 볼을 간신히 차냈다. 박주영-이동국-이천수의 스리톱은 전반 20분까지 이렇다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반전의 돌파구는 세트플레이에서 K-리그 MVP 이천수가 열었고 마무리를 책임진 해결사는 '천재 골잡이' 박주영이었다. 전반 24분 미드필드 좌중간에서 프리킥 찬스를 잡은 이천수는 문전으로 예리하게 킥을 감아올렸고 박주영은 수비수 사이에서 돌고래처럼 솟구쳐 오른쪽으로 머리를 돌려 방향을 트는 헤딩슛으로 그물을 흔들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타고난 골잡이'로 칭찬한 박주영은 천부적인 위치 선정과 골 감각으로 A매치 3번째 골을 뿜어냈다. 한국은 27분 조원희의 과감한 돌파와 34분 김두현의 중거리포 등으로 공세를 펴 경기 흐름을 되찾아왔다. 그러나 수비진의 외곽 처리가 여전히 불안해 카페스와 자고라키스에게 종종 중거리슛 기회를 내줬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전반 말미 조원희를 장학영으로, 후반 들어 박주영, 이호를 정경호, 김정우로 바꿨다. 후반에는 경기 내용이 좋아졌다. 미드필드에서 압박과 집중력을 살려 점유율을 높였고 슈팅 찬스도 많았다. 후반 16분 이천수가 회심의 왼발 슛을 때렸고 4분 뒤 김정우의 중거리포가 터졌지만 골키퍼 니코폴리디스 품에 안겼다. 25분엔 이동국이 묘기에 가까운 시저스킥을 시도했지만 볼 터치가 정확하지 않았다. 후반 32분 살피기디스에 아찔한 역습을 허용한 한국은 후반 38분 역전 기회를잡았으나 마무리가 아쉬웠다. 정경호가 빠른 왼쪽 돌파 이후 살짝 내준 볼을 김두현이 인사이드로 때렸으나 볼은 골키퍼 손끝을 스쳐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한국은 후반 정조국, 조재진을 투입해 적응력을 실험했고 그리스도 후반 파파도풀로스 등을 빼고 신예들을 테스트했다. 정조국은 후반 인저리타임 문전 찬스를 잡았으나 한 발이 모자랐다. UAE전에서 부진했던 새내기 장학영도 오른 측면에서 비교적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리야드=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