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미(17.나이키골프)가 올해 첫 미국프로골프(PGA) 무대 도전에서 최악의 플레이로 실망감을 안겼다.


그러나 '탱크' 최경주(36.나이키골프)는 팬들의 시선이 온통 위성미에 쏠린 데 분풀이를 하듯 4언더파 66타의 맹타를 휘둘러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재미교포 골퍼 위성미는 13일(한국시간)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골프장(파70. 7천60야드)에서 열린 총상금 510만 달러 규모의 PGA투어 소니오픈 1라운드에서 9오버파 79타라는 최악의 스코어카드를 적어냈다.


버디는 단 1개 뿐이었고 더블보기 3개와 보기 4개를 쏟아낸 위성미는 출전 선수 144명 가운데 꼴찌에서 두번째인 공동142위로 밀려나 컷 통과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위성미가 컷을 통과하려면 14일 열릴 2라운드에서 7타는 줄여야 하기 때문에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1945년 베이브 자하리아스 이후 61년만에 PGA 투어대회 컷을 통과하는 여성 선수라는 영예는 기대하기 어렵다.


위성미가 친 79타는 PGA 투어 대회에서 최악의 스코어.

작년까지 세차례 PGA 투어 대회에 출전한 위성미는 75타를 넘긴 적이 한번도 없었다.


캐나다프로골프투어 베이밀스오픈 2라운드에서 79타를 친 적이 있지만 당시 13살에 불과했던 위성미는 남자 대회가 첫 출전이었다.


시속 50㎞가 넘는 강풍이 부는 가운데 위성미는 경기 초반부터 속절없이 무너졌다.


위성미의 발목을 잡은 것은 번번이 볼이 벙커로 찾아 든 부정확한 아이언샷과 그동안 약점으로 꼽혀온 퍼팅 불안이었다.


10번홀에서 시작한 위성미는 11번홀(파3)에서 벙커에 빠진 볼을 멋지게 걷어올려 파를 지켜냈지만 12번홀(파4)에서 불과 76㎝ 짜리 파퍼트를 놓치면서 3퍼트로 1타를 잃어 일찍부터 흔들렸다.


13번홀(파4)에서 그린 주변 러프에서 친 세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해 첫 더블보기를 기록한 위성미는 15번홀(파4)에서는 두번째 샷이 벙커에 빠졌고 세번째 샷마저 그린 건너편 벙커로 날아 들어가 또 2타를 까먹었다.


17번홀(파3)에서도 티샷이 벙커에 빠졌다.


단번에 탈출하는데는 성공했지만 파퍼트가 홀을 1.2m나 지나갔고 긁힌 자국이 있는 볼을 교체할 수 있느냐고 경기위원에 물어봤다가 거절당하자 보기 퍼트마저 넣지 못했다.


전반 9개홀 동안 7타를 잃은 위성미는 1번홀(파4) 보기로 회복불능의 상태로 치달았다.


3번홀(파4)에서 첫 버디를 뽑아냈지만 타수를 만회하기는 커녕 보기 2개를 보태며 풀이 죽은 채 코스를 떠나야 했다.


경기 도중 잘못 친 볼이 에이전트의 노트를 맞히는 해프닝까지 벌인 위성미는 "내가 이렇게 형편없이 플레이한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쁜 샷이 줄줄이 나왔다"고 평가한 위성미는 "하지만 실망하지는 않는다"고 했지만 표정은 밝지 못했다.


프로 데뷔 이후 지난 2개월 동안 피나는 훈련을 거듭했다고 밝혀 남자대회 7번째 도전에서 컷 통과 기대를 한껏 높였던 위성미지만 이날 보인 경기력은 오히려 전보다 나빴다.


바람 탓도 있었지만 부담없이 경기에 나섰던 아마추어 때와 달리 프로 선수라는 심리적 압박감이 쇼트게임과 퍼팅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위성미는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가 272야드로 장타력에서도 PGA 투어 선수들에 미치지 못했고 아이언샷 정확도는 50%에 불과했다.


특히 3퍼트 2차례를 포함해 32개까지 치솟은 퍼팅은 최하위권이었고 정규 타수만에 그린에 볼을 올렸을 때 평균 퍼트 개수는 2개로 나타나 수준 이하였다.


이 같은 경기력과 정신력으로는 PGA 투어 대회에 더 이상 도전할 처지가 아니라는 냉정한 비판도 나올 판이다.


하지만 PGA 선수들은 위성미를 격려하기 바빴다.


5언더파 65타를 때려 단독 선두에 나선 로리 사바타니(남아공)는 "나도 몇년전 대회에서 89타를 친 적이 있지만 세계랭킹은 80위"라고 말했다.


2년전 소니오픈에서 위성미에 2타 뒤진 채 컷오프됐던 동반 플레이어 크리스 코치(미국)는 "그때 내 친구들이 '열심히 연습해서 위성미를 이길테야'라고 적힌 티셔츠를 선물했다"면서 "그래도 그만하면 잘 한 것 아니냐"고 했다.


또 한 명의 동반자 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는 "6겹이나 둘러싼 엄청난 갤러리와 무수한 사진 기자들을 달고 다니면서도 차분한 위성미에 놀랐다"고 감탄했다.


코치는 71타, 비예가스는 72타를 쳐 중위권에 올랐다.


개막전 메르세데스챔피언십에서 하와이의 무역풍에 혼이 났던 최경주는 그새 바람에 익숙해진 듯 눈부신 선전을 펼쳤다.


버디 6개를 잡아내고 보기 2개를 곁들인 최경주는 선두 사바티니에 1타차 공동2위에 올라 우승까지 바라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위성미가 차례로 파를 기록한 10번홀(파4), 11번홀(파3)에서 잇따라 보기로 홀아웃하면서 출발은 좋지 않았던 최경주는 12번홀(파4)을 버디로 장식하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16번홀(파4)과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뽑아내 언더파 대열에 합류한 최경주는 3번(파4), 6번홀(파4)에서 버디를 보태 리더보드 상단으로 치고 올라왔다.


마지막 9번홀(파5)에서도 버디를 뽑아낸 최경주는 사바티니에 1타차 공동2위로

1라운드를 마감했다.


평균 298야드의 장타를 펑펑 터트린 최경주는 특히 77.8%에 이른 아이언샷 그린 적중률과 29개로 막은 퍼트 개수가 말해주듯 최상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데이비드 톰스(미국)와 찰스 워런(미국)이 최경주와 함께 사바티니를 1타차로 추격했고 제프 슬루먼, 채드 캠벨, 짐 퓨릭, 부바 왓슨, 제임스 드리스콜, 본 테일러(이상 미국), 피너 로나드(호주), 등이 3언더파 67타로 공동6위 그룹을 이뤄 치열한 우승 경쟁을 예고했다.


작년 우승자 비제이 싱(피지)은 1오버파 71타로 다소 부진했고 지미 워커(미국)가 10오버파 80타를 쳐 위성미보다 성적이 나쁜 유일한 선수라는 불명예를 썼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