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골프 선수 자리를 다투다 거짓말같은 슬럼프에 빠졌던 데이비드 듀발(미국)이 부활하나. 듀발은 17일 일본 미야자키의 피닉스골프장(파70. 6천901야드)에서 열린 일본프로골프(JGTO) 던롭피닉스토너먼트 1라운드에서 6언더파 64타를 뿜어냈다. 버디 8개를 뽑아내고 보기 2개를 곁들인 듀발의 이날 스코어는 지난 89년 래리 마이즈가 세웠던 코스레코드와 타이 기록. 지난 3년간 형편없이 망가져 재기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조차 고개를 저었던 듀발의 성적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은 성적이다. 듀발은 한마디로 타이거 우즈(미국)와 세계 골프 1인자를 놓고 팽팽하게 맞섰던 최고의 선수였다. 2부투어를 거쳐 97년 PGA투어에 입성한 듀발은 상금랭킹 2위에 올라 화려하게 등장했고 이듬해에는 4승을 쓸어담으며 평균타수 1위까지 꿰찼다. 99년에는 18홀 59타의 대기록을 수립했고 세계랭킹 1위를 차지했으며 2001년 브리티시오픈 우승으로 메이저 챔피언의 자리까지 올랐다. 그러나 허리와 손목 부상에 이어 귓속 달팽이관 이상에다 사생활 문제까지 겹치며 몰락의 길로 접어든 듀발은 2002년부터 전혀 다른 선수가 되어 버렸다. 2002년 '톱10' 2차례에 상금랭킹 80위(83만달러)로 추락한 듀발은 2003년부터는 아예 형편없는 선수로 전락했다. 20차례 대회에 출전했지만 컷오프가 무려 16차례에 이르렀고 상금랭킹은 바닥에서 세는 게 빠른 211위. 몸이 아프다며 9차례 밖에 출전하지 않은 2004년에는 컷을 통과한 횟수가 3번에 지나지 않았다. 쳤다 하면 70대 타수였고 80대 타수로 무너지는 일도 잦아 팬들의 안쓰런 눈길을 받는 일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데이비드 레드베터의 지도를 받으면서 절치부심, 재기를 준비한 끝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올해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20차례나 대회에 출전해 컷 통과는 단 한번. 상금은 7천630달러에 불과해 '이제 듀발은 끝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었다. 이번 대회도 듀발은 2001년 우승자 자격으로 초청을 받았지만 우승 후보는 커녕 '80대 타수로 망신이나 당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어린 시선을 받았을 뿐이다. 하지만 듀발은 이날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와 핀을 향해 곧장 꽂히는 컴퓨터 아이언샷, 그리고 튼실한 퍼팅 솜씨 등 예전의 기량을 완전히 되찾은 모습이었다. 13번홀(파4.332야드)에서는 드라이버로 단번에 그린에 볼을 올려 가볍게 버디를 잡아냈고 18번홀(파5.560야드)에서는 3번 아이언으로 2온에 성공했다. 파3홀에서도 대부분 티샷을 홀 3m 거리에 떨궜다. 듀발은 "몇년 동안 뭘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몰랐다"며 그동안 마음 고생이 여간 심하지 않았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듀발은 "다만 스코어가 잘 안나왔을 뿐 최근 몇달 동안은 샷이 잘 됐다"면서 "이번에는 시작이 좋으니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듀발이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데 대해 우즈도 아낌없는 축하를 보냈다. "원래 잘 하는 선수 아니냐"면서 "아픈 데가 많아서 어려움을 겪었을 뿐이다. 이 대회에서 듀발이 재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1년 가까이 슬럼프에 허덕이던 우즈가 지난해 이 대회 우승을 계기로 화려하게 부활했듯 듀발 역시 미야자키가 약속이 땅이 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더구나 이곳 피닉스골프장에는 데이비드 듀발의 이름을 딴 드라이빙레인지가 자리잡고 있는 등 듀발과 인연도 각별한 곳이다. (미야자키 =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