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프랜차이즈 스타 양준혁(36)과 이승엽(29.지바 롯데 마린스)이 소속 팀의 명예를 걸고 물러설 수 없는 한일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이들은 10일 오후 6시 도쿄돔에서 벌어질 코나미컵 프로야구 아시아시리즈 1차전에서 각각 지명타자(양준혁)와 1루수(이승엽)로 출장, 팀 주포로서 화끈한 방망이를 과시할 계획이다. 두산과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결정적인 3점 홈런포를 쏘아올려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한 양준혁과 역시 일본시리즈에서 3방의 대포를 터뜨린 이승엽 모두 컨디션은 상승세다. 이승엽과 양준혁은 각각 3번과 4번 타자로 활약하며 삼성을 대포 군단으로 각인시킨 주인공이다. 경북고 출신 이승엽과 대구상고(현 상원고) 출신 양준혁은 대구가 낳은 최고스타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해왔다. 1993년 입단한 양준혁이 절정의 타격 솜씨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1995년 데뷔한 이승엽은 투수에서 타자 전향 후 역대 한국 최고 거포로 자리를 잡아 삼성을 돋보이게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국과 일본챔피언의 자존심을 걸고 숙명의 대결을 펼쳐야 한다.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과 '방망이를 거꾸로 쥐고도 3할을 때린다'는 교타자 양준혁의 조합은 종종 미국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베이브 루스-루 게릭의 궁합과 비교되기도 했다. 프로 데뷔 후 해태-LG를 거쳐 2002년 다시 삼성으로 돌아온 양준혁은 대구를 상징하는 삼성의 간판 스타다. 지금도 대구구장에서 팬으로부터 가장 박수를 많이 받는 선수로 삼성은 자유계약선수(FA)를 선언한 그에게 2년간 최대 15억원을 안겨주면서 간판 스타에 대해 최고 대접을 했다. 이번 아시아시리즈에서 롯데 마린스와 우승을 다툴 것으로 점쳐지는 삼성으로서는 좌타자 양준혁에게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1차전 선발인 고바야시 히로유키와 결승전에서 등판이 유력한 와타나베 슌스케 등 롯데의 주축 선발이 모두 우완인데다 주포 심정수마저 부상으로 빠진 실정이어서 양준혁의 '큰 것' 한 방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바비 밸런타인 감독으로부터 '최우수선수(MVP)가 돼 부상인 자동차(폴크스바겐사의 뉴 비틀)를 타갔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전해 들은 이승엽도 팀홈런(30개), 팀 타점(82점) 1위로서 체면을 세워야 할 판이다. 후쿠우라, 고사카, 호리 등 주축 선수가 부상으로 불참하면서 이승엽의 어깨도 그만큼 무거워졌다. 선동열(42) 삼성 감독은 이승엽을 "일본 선수 중 한 명"으로 지칭하며 절대 봐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잠시 한국은 잊고 소속팀 롯데를 위해 해결사 구실을 톡톡히 해줘야 한다. 같은 좌타자에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공통점을 지닌 이승엽과 양준혁이 펼칠 방망이 싸움도 아시아시리즈의 재미를 배가시킬 흥행 요소다. (도쿄=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