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감독에게 첫 선을 보일 때 당했던 수모는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이천수(24.울산 현대)가 6일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삼성 하우젠 K리그 2005 성남 일화전에 앞서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이 자신의 경기를 처음 관전하러 왔을 때의 '아픈 기억'을 털어 놓았다. 이천수는 고려대 1학년 재학 시절인 지난 2001년 3월 열린 대통령배 전국축구대회 방송대전에서 당시 한국 월드컵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히딩크 감독에게 첫 선을 보였다. 히딩크 감독은 이날 효창운동장을 직접 찾아 경기를 지켜본 뒤 이천수에 대해 "기술은 좋은 것 같지만 전체적인 움직임은 기대에 못미친다"며 혹평한 바 있다. 그때 "인조잔디 구장인데다 히딩크 감독이 지켜보고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고 말했던 이천수는 지금도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경기를 망쳤다"고 당시 상황을 또렷이 기억했다. 이천수는 이후 어렵게 대표팀에 승선, 결국 월드컵 본선에 출전했지만 "대표팀 감독은 선수가 팀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뤄나가는 지를 보러 오는 것이지, 개인적인 기량을 점검하러 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면서 "누가 경기를 보러 오느냐는 정말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천수는 딕 아드보카트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성남전을 관전한 자리에서 '대표팀 감독이 관전하러 와 선수들이 주눅들면 어떻게 하느냐'는 한 관계자의 물음에 "그런 이유로 제 기량을 펼쳐 보이지 못한다면 국가대표가 될 자격이 없다"고 잘라 말했던 것은 자신의 경험에 비춰 "모두 맞는 얘기"라고 전했다. 이천수는 이날 성남전에 아드보카트 감독이 관전하러 온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울산=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