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화이트삭스가 88년 만에 월드시리즈를 제패하던 순간 한국인 이만수(47) 불펜코치도 선수단과 어울려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만끽했다.

이 코치는 27일 우승 직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비록 선수는 아니지만 지도자로 처음으로 월드 챔피언의 감격을 맛보게 돼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삼성 라이온즈 후배인 이승엽 선수가 일본에서 우승했고 나도 지도자로 나서 미국에서 팀이 정상에 오르게 됐다.

한국의 모든 팬들과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며 아낌없는 사랑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코치는 "월드시리즈 직전 아지 기옌 감독 이하 7명이 참가하는 팀미팅을 갖고 선발 로테이션과 1선발에 관해 다수결로 투표를 했다.

나는 4선발 체제로 가되 호세 콘트레라스를 1선발로 내세웠으면 좋겠다고 조언했었다"고 뒷얘기를 소개했다.

그러자 기옌 감독이 이유를 물었고 이 코치는 "콘트레라스가 LA 에인절스와의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1승 1패를 거두었는데 쉬는 기간이 많았고 컨디션이 제일 좋다고 판단, 그를 추천했었다"고 말했다.

불펜에서 투수들의 공을 받아주며 그들의 컨디션 변화를 유심히 지켜보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 중인 이 코치는 자신이 보고 느낀 바를 기옌 감독 앞에서 확실히 밝혔고 기옌 감독은 이 코치의 의견을 수용했다.

실제 콘트레라스는 17일 챔피언십시리즈 투구 이후 6일 만인 23일 월드시리즈 1차전에 등판, 7이닝 3실점의 안정된 투구로 승리를 올리며 중요한 디딤돌을 놓았다.

이 코치는 콘트레라스가 쿠바 출신으로 영어는 잘 안 통하지만 장난도 치는 등 평소에 친한 관계를 유지해 왔고 그가 월드시리즈에서 제 몫을 해줘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월드시리즈 도중이라 컴퓨터를 접속할 수 없어 이승엽의 일본시리즈 우승 소식을 이날 경기 전 일본 기자들을 통해 들었다는 이 코치는 "월드시리즈만 아니었다면 내 홈페이지(www.leemansoo.co.kr)를 통해 축하 메시지를 남겼을 것"이라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 코치는 지난 20일 홈페이지에 "한국에서 삼성 우승이라는 기쁜 소식이 있어 여러분과 함께 축하하고 싶습니다.

선동열 이하 후배들이 일군 값진 우승에 파란 유니폼을 오래 입었던 선배로서 고맙다는 마음이 듭니다"라며 16년 간 몸담았던 친정팀의 우승을 축하했다.

이 코치는 "이날 경기 전 미국 기자들에게 내 친정팀 삼성이 한국시리즈를 4-0으로 끝냈는데 우리 팀(화이트삭스)도 오늘 끝낼 것 같다고 말했는데 그대로 이뤄졌다"며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올 초 화이트삭스와 2년 계약한 이 코치는 내년까지 재임이 보장된 상태.
그는 "우리 팀이 88년 만에 우승한 덕분에 공식 일정이 밀려들 것 같다.

아직 일정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우승 반지를 낀 팀의 일원으로 각 행사에 참가해야 하고 이후 트레이드 등 전력 정비 작업이 있는 만큼 당분간 귀국은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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