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시리즈에서 파죽의 3연승을 달리며 챔피언 등극에 1승만을 남겨둔 지바 롯데 마린스의 바비 밸런타인 감독이 이승엽(29)을 보다 결정적인 순간 기용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선수 기용과 라인업 구성에 있어 '바비 매직'으로 불릴 정도로 신출귀몰한 용병술을 발휘 중인 밸런타인 감독은 3차전에서도 동물적인 감각을 과시했다. 26일 일본 언론은 전날 3차전 대승의 원동력으로 밸런타인 감독의 용병술을 꼽았다. 3-1로 앞선 롯데의 7회 공격. 무사 만루의 황금찬스에서 밸런타인 감독은 투수 고바야시 타석에서 대타 하시모토를 냈다. 한신 마운드는 불펜의 핵인 우완 후지카와가 지키고 있었다. 대타로는 우투좌타인 하시모토와 좌타자 이승엽이 있었으나 밸런타인 감독은 하시모토를 내세웠다. 한 방이면 분위기를 완전히 휘어잡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기에 이승엽의 출장도 기대됐으나 하시모토가 나섰다. 밸런타인 감독은 "이날 아침부터 하시모토가 장타를 때릴 것 같은 예감이 있었다"고 말했고 이는 그대로 적중했다. 하시모토는 2타점 중전 적시타로 10-1로 승리하는 데 물꼬를 텄다. 좋은 예감이 있었지만 이승엽보다 하시모토를 내세운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밸런타인 감독은 "이승엽을 내세울 경우 상대가 좌완 투수를 낼 것이며 그러면 이승엽의 타석이 그냥 없어지는 것을 막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승엽은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퍼시픽리그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비슷한 경험을 당했고 타석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다른 타자로 교체됐었다. 사실 이날 하시모토 타석에서 좌완 구원을 등판시켰다면 롯데는 우타자 하쓰시바를 대타로 준비시켰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해 하시모토의 타석이 허사에 그쳤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 다행히 경기가 잘 풀려 7회 대거 7득점하며 승부를 결정지었지만 마지막까지 박빙의 승부가 지속됐다면 막판 결정적인 찬스에 이승엽을 기용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이승엽이 일본시리즈 1~2차전에서 연속으로 좌완을 상대로 대포를 쏘아올리며 상승세인 점에 비춰 볼 때 밸런타인 감독의 설명은 약간 동떨어진 구석도 있다. 결국 밸런타인 감독의 해명은 이승엽을 '못미더워서 안 내보낸 것' 보다는 센트럴리그 구장에서 벌어지는 관계로 작전의 폭이 좁아지면서 '한 번의 찬스를 위해 아껴둔 것'으로 풀이하는 게 나을 듯 싶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