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아드보카트(58.네덜란드)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21일 오전 축구회관 5층 대회의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기 대표팀 구상을 밝혔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 12일 이란과의 평가전을 정리하면서 다음달 스웨덴, 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의 두 차례의 평가전과 나아가 2006 독일 월드컵 때까지의 대표팀 구상 방안을 단계적으로 제시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유럽파 태극전사들을 점검하기 위해 24일 유럽으로 출국한 뒤 다음달 4일 돌아올 예정이다.


다음은 아드보카트 감독과의 일문일답.


--먼저 인사말을 전하면.


▲다시 뵙게 돼 반갑다. 먼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삼성 라이온즈의 선동열 감독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한다. 나도 야구를 무척 좋아한다.야구 선수가 필요하다면 날 불러달라(웃음).


--이번 출국의 목적은.


▲많은 일 때문에 간다.일단 해외파 선수들을 현지에서 직접 보고 관리하는 게 큰 일이다. 어떻게 경기를 치르고 소속팀 지도자와의 관계는 어떤 지, 그리고 다른 수준의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지 보고 올 것이다. 내년 독일 월드컵을 위해 현지 훈련 캠프 답사와 친선경기 추진 등도 이번 출장의 목적 중 하나다.


--K리그 관전하며 중점을 둔 수비에서 재목들은 발견했나. K리그 만의 색깔이라면.


▲한국에 4주 정도 머물며 5경기를 관전했다. 이번 주말에도 2경기를 더 볼 예정이다. 물론 수비수를 찾는데 주력했다. 대표팀이 당장 향상시켜야 할 부분이 수비라인이다. 물론 우리 수비수들의 역량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수비라인에서 공격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미흡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볼을 소유하느냐가 중요하듯이 수비라인에서 컨트롤이 잘 돼야만 전체적인 공격도 살아난다.


현 대표 선수들보다 더 나은 선수가 있는지 계속 찾고 있다. K리그를 관전하면서 대표 선수들에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이란전을 치를 때는 열정적으로 상당히 좋은 경기를 보여줬는데 막상 소속팀에 돌아가서는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 못했다.


소속팀에서 경기 치를 때도 국가대표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다음 대표팀 소집 때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다시 강조하겠다. 대표 선수라면 월등하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눈에 띄는 새로운 선수들은 있었나.


▲코칭스태프들이 최대한 많은 경기를 관전하며 30-40명의 리스트를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전에 소집된 선수 중 16명 정도는 이미 좋은 기량 갖춘 선수다. 앞으로 우리가 찾아야 할 선수는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능력 있고 자질 있는 선수라면 분명히 대표팀에 발탁할 것이다.


--독일 월드컵을 향한 단계적 계획을 말해 달라.


▲어떤 시스템이 독일에서 가장 이상적일 지를 찾는 게 급선무다. 현재보다는 독일에서의 결과가 더 중요하다. 물론 이란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건 긍정적이다. 11월 평가전 상대인 스웨덴과 세르비아-몬테네그로 모두 좋은 팀이다. 이 때 선수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며 어떤 선수가 누구와 플레이 했을 때 팀의 균형과 밸런스가 잘 살아나는 지를 찾는데 중점을 둘 것이다.올해까지는 팀의 균형을 이루는 데 주안점을 두고 내년 1, 2월 전지훈련에서는 이상적인 시스템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다.


--원정 평가전을 치를 계획은 없나.


▲물론 원정경기는 상당히 중요하다. 내년 1, 2월 유럽에 가서 다수의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독일월드컵 직전인 내년 5, 6월도 현지서 평가전을 가질 것이다.


--이란전에서 공격수들이 부진했는데. 공격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은.


▲선수 개인적인 자질이나 감각 등 선천적인 부분들은 가르치기란 힘들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공격수들이 쉽게 득점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미드필드에서 공을 많이 가지면서 공격수에게 많은 공이 투입되면 공격수는 더 많이 움직이고 뛰게 되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더 많은 찬스가 생기고 더 많은 골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중앙 원톱의 플레이에 만족하나.


▲현재까지는 더 나은 선수를 못 봤다. 이동국은 이란전에서 인상적인 플레이 펼쳤다. 중앙 원톱은 자신 뿐만 아니라 주위의 선수들이 잘 도와줘야 살아난다. 이제 겨우 스물 여섯살이다. 더 좋은 선수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란전에서 이동국 등 공격수들이 수비 가담 면에서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내가 전문가인줄 알았는데 다른 전문가가 또 있었군(웃음). 축구는 개인경기 아니라 팀경기다. 이란전에선 4명의 상대 수비수들이 못 올라오게 하고 방해하는 게 공격수 3명의 수비적인 면에서의 역할이었다. 현대 축구는 모두가 열심히 뛰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못 낸다. 이란전에서 공격수들의 수비 가담은 전체적으로 잘 됐다고 평가한다. 상대에게 찬스였던 건 오직 세트플레이 때 뿐이었다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앞에서 공격수 3명이 상대가 공격 만드는 과정을 방해해 줬기 때문이다.


--현 대표팀의 보완점은.


▲우리 선수들이 양발을 자유로이 사용한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네덜란드에서도 보기 쉽지 않은 일이다. 유럽 무대는 네덜란드 리그가 미키마우스 정도에 견줄 수 있을 만큼 경쟁이 심하고 수준이 매우 높다. 한국 축구가 성장하려면 강한 팀들과의 경기를 통해 더욱 강해져야 한다.


--호주 축구협회에서 한국, 일본 3개팀의 정기전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호주가 도전장을 내민다면.


▲히딩크 감독과 자꾸 개인적으로 연관하지 말아달라. 히딩크 감독하고는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히딩크는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낸 훌륭한 지도자다. 히딩크 감독을 상대로 이기겠다고 얘기하는 건 부적절하다. 호주가 월드컵 플레이오프를 남겨놓고 있는데 제안이 들어온다면 검토해 보겠다.


--가족 관계에 대한 얘기가 없었는데.


▲공식적인 관계의 가족 말이냐(웃음). 물론 부인 있고 자식들 있다.


--박지성과 박주영의 활용 복안은.


▲두 명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전체적으로 팀을 놓고 생각해봐야 한다. 두 선수는 많이 움직이며 상대를 힘들게 만든다는 공통적인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단은 팀 구성원 모두가 향상되는 게 중요하다.축구란 결코 쉬운 종목 아니다. 어제 잘했다고 만족하면 안 된다. 어제는 과거일 뿐이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