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보카트호가 출범 이후 처음 그라운드를 밟고 100분 간의 강행군을 펼쳤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7일 '약속의 땅' 파주 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이란과의 평가전(12일)에 대비한 첫 소집 훈련을 실시하고 2006독일월드컵 본선을 향한 8개월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치열한 생존경쟁에 돌입한 22명의 태극전사들은 아드보카트 감독의 '무게감 있는' 지휘에 따라 볼 뺏기, 패싱훈련, 패스게임, 미니게임을 1시간40분 간 시종 진지한 태도로 임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작은 장군'이라는 별명 답게 팔짱을 낀 근엄한 모습으로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를 세밀히 관찰했고 때로는 '슈팅'을 크게 외치며 선수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이날 파주에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으나 오후 4시45분 훈련이 시작되자 잠깐 햇살이 비쳐 태극전사들의 몸을 가볍게 했다. 볼 뺏기는 2002월드컵 멤버와 중간급 멤버, 신예 멤버 등 7명씩 3개조로 나뉘어 몸풀기 식으로 진행됐다. 지도자의 길에 입문한 홍명보 코치도 후배들과 함께 볼을 찼다. 간혹 웃음이 흘러나왔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입을 굳게 다문 채 다음 훈련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선수들을 머리 속으로 점검하는 모습. 훈련 프로그램 자체는 전임 감독들과 큰 차이가 없는 기본적인 것이었지만 월드컵 본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새롭게 출발한 대표팀에 승선한 태극전사들의 눈빛에는 긴장감과 각오가 동시에 묻어났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패싱훈련 도중 "너무 빨라도, 너무 늦어도 안돼"라고 소리쳤고 패스게임을 할 때에는 "밖에 있는 선수도 서 있지 말고 쉴 새없이 움직여라"고 외쳤다. 미드필더 김두현(성남)은 따로 불러 뭔가를 한참 얘기하기도 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K리그에서 직접 본 플레이 장면을 복기하며 "좀 더 침착해지라"고 특별 주문을 했다는 것. 전날 경남 FC 창단 기념경기로 빗셀 고베와 풀타임을 뛰고 온 박주영과 김동진(FC서울)은 압신 고트비 코치와 함께 별도로 그라운드를 돌며 회복훈련만 했다. 6명씩 3개조로 나눠 6대6 미니게임이 시작되자 그라운드는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했다. 그라운드를 반만 쓰고 백.적.청조로 나눈 경기에서 정경호(광주)는 혼자 4골을 몰아넣으며 펄펄 날았고 김정우(울산.2골), 김두현(성남), 이동국(포항), 안정환(FC메스), 조원희(수원), 송종국(수원) 등이 한골씩 뽑아내며 결정력을 과시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골문 앞에서 선수들이 다소 머뭇거리자 '슈팅'을 큰 소리로 외치기도 했다. 한타임 빨리 과감한 슈팅으로 기회를 포착하라는 뜻. 아드보카트 감독은 "오늘 훈련은 선수들을 개별적으로 파악하는데 중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말했다. 100분간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들은 저마다 시험대에 올라 있었던 셈이다. 이동국은 "처음 하는 훈련이라 동료들끼리 다소 거칠게 한다는 느낌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닻을 올린 아드보카트호가 파주에서 맞은 첫날은 새롭게 시작한다는 설렘과 긴장감, 치열한 경쟁이 복합돼 실전을 방불케 한 강행군이었다. (파주=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