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축구로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


딕 아드보카트(58.네덜란드) 신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한국땅을 밟은 지 이틀째인 30일 축구회관에서 첫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축구철학과 2006 독일 월드컵을 위한 대표팀 운영 구상 등을 밝혔다.


핌 베어벡 수석코치와, 홍명보 코치, 정기동 GK코치 등 코칭스태프를 대동한 채 기자회견에 나선 아드보카트 감독은 "비가 내리고 있는데 네덜란드 날씨와 흡사해 마치 집에 온 것 같이 편안하다.


중요한 역할을 맡게 돼 개인적으로 영광이라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훌륭한 성적을 얻어냈는데 그 수준에 걸맞은 결과를 다시 낼 수 있도록 중점을 두겠다"고 각오를 밝히면서 "무엇보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경기에서 이겨 나가면 독일에 가서도 우수한 팀들과 맞붙어 자신있는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인터뷰가 너무 딱딱하게 흐르자 사회자가 "이름이 너무 길어 부르기가 힘들다.


애칭은 없나"라고 묻자 "아드보카트가 쉽지 않단 말인가? 히딩크를 부르기 쉬웠다면 아드보카트도 역시 쉬울 것"이라고 말해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등 시종 자신감있고 여유넘치는 모습으로 기자회견에 임했다.


다음은 아드보카트 감독과의 일문일답.


-- 부임 일성으로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


▲분명히 자신있다. 한.일 월드컵 이후 5-6명의 선수가 유럽으로 진출해 큰 무대에서 값진 경험을 했다. 일본에서 뛰고 있는 선수도 있다. 우리 팀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다.


--독일월드컵까지 남은 8개월 동안의 계획은.


▲거스 히딩크 감독은 시간이 많았던 데 반해 우리는 그렇지가 못하다.선수들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가능한 한 많은 경기를 관전하고 훈련 통해 선수 파악하는데 중점을 두겠다. 선수들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선수들에게 자신의 역할을 이해시키며 자신감을 끌어올리는데 중점두겠다.


--이전 외국인 감독들의 실패 요인으로 월드컵 멤버들의 정신력 해이에 대한 지적도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한 답은 쉽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선 모두가 열심히 싸우고 투쟁해야 한다.팀 플레이를 하지 않고 정신력이 해이해진 선수는 집에 가서 쉬게 될 것이다. 지난 2002년 모든 선수들이 팀을 위해 열심히 싸우는 모습을 봤다. 어떤 선수든 나이를 불문하고 좋은 경기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를 기용할 것이다.


-- 기본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포메이션은.


▲이제 막 한국에 왔을 뿐이다. 한국 대표팀이 최근 몇 경기에서 3-4-3 포메이션을 쓴 걸로 알고 있다. 이란전에는 일단 이를 기본으로 하겠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최상의 전술을 찾아나갈 것이다. 선수들의 자질과 역량이 전술 구상에 있어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될 것이다.


--2002년 같은 선수 차출은 불가능하다.어떻게 대처하겠는가.


▲좋은 질문이다. 팀을 구성함에 있어 가장 염려스런 부분이다.일단은 선수들이 떨어진 자신감을 회복하는 게 시급하다, 해외파 뿐 아니라 국내파도 가장 많이 파악할 수 있는 내년 1월 전지훈련 기간 동안 선수들을 본격적으로 파악해 나갈 것이다. 올해 3차례의 A매치를 통해 새로운 어린 선수들을 발굴, 육성하게 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박지성, 이영표 등 해외파들을 계속 소집할 것인가.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라면 함께 소집해 뛰게 하고 싶다. 자질과 역량이 뛰어나고 가능성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라면 언제든지 대표팀에 소집될 것이다.


--전임 감독들은 히딩크 감독의 업적이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는데.


▲네덜란드에서 그런 부분에 대한 경험을 상당히 많이 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알고 있다.그런 점에서 두 전임 감독(코엘류, 본프레레)과의 비교보다는 히딩크 감독과 비교하는 게 낫다.


--월드컵 4강으로 한국 국민들의 기대치가 높아졌는데.


▲선수들에게 얘기하겠다. 우리는 2002년 4강에 들었던, 명성을 가진 팀이기 때문에 독일에서도 그에 어울리는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하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언론과 축구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어야 한다. 한두 경기 지더라고 응원을 해줄때 더 좋은 경기도 하게 되고 자신감도 갖게 될 것이다.


--어떤 선수를 발탁할 것인가.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국가대표에 맞는 높은 수준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느냐다. 기술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도 중요하다. 일단 이번 이란전은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은 선수와 적은 선수를 섞어 치를 것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감독직을 중도 사임했다. UAE측과의 정리는 어떻게 됐나.


▲아주 간단하다. UAE 협회와의 관계는 좋다.축구협회장과도 많은 얘기했다.계약할 때 흥미롭고, 발전적 제의가 들어온다면 언제든지 갈 수 있고, UAE측도 성적 안 좋으면 해고시킬수 있도록 했다.


--자신의 축구철학을 설명해달라.


▲항상 이기고 싶다. 늘 경기를 지배하길 원한다. 언제나 공격만 할 순 없고 때론 수비도 해야겠지만 선수들의 기량이 받쳐준다면 공격적인 축구를 하고 싶다. 그래서 이기는 축구를 하고 싶다.


--유로 2004 체코전에서 로벤을 교체시킨 문제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장기간 부상으로 훈련을 못하다 경기 이틀 전에야 합류해 완전한 몸상태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음 경기를 위해 아끼자는 차원에서 뺐는데 공교롭게도 결과가 좋지 못했을 뿐이다.


--2006년 월드컵에서 한국을 어떤 특징을 가진 팀으로 만들고 싶나.


▲이전 감독들이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한국 선수들은 기다리는(소극적인) 팀이라고 들었다. 선수들이 공격적인 자세로 일대일에서 이기고 상대를 압도하는 팀이 되길 원한다. 물론 체력도 뒷받침돼줘야 할 것이다.


--2002년과는 조건이 다르다. 전임 감독들은 훈련 시간 부족을 토로했다.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목표를 얘기할 때는 반드시 현실적인 걸 생각해야 한다. 4강은 말로는 쉽다. 중요한 건 선수들과 열심히 준비해 4강은 아니더라도 최대한의 성적을 위해 올라가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뒤에 2002년과 비교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시간적 제약 부분은 선수들이 해외 경기 경험이 기존보다 향상돼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해외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국내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을 전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란전 명단에 설기현이 제외되고 최진철과 송종국 등 월드컵 멤버가 포함됐는데.


▲설기현은 본인이 강력히 오고 싶어했다.하지만 부인이 둘째아이의 출산이 임박해 배려했다.송종국은 페예노르트에서 뛸 때 알고 있었고 부상 회복 후 몇경기를 치르기 시작했기 때문에 합류시켰다. 최진철은 홍명보 코치가 가진 역량을 잘 알듯 최진철도 그런 역할을 해 줄 것이라 기대된다. 홍 코치에 따르면 본인이 대표로 다시 뛰고 싶어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