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투수에서 명장(名將)의 반열까지.' 삼성 라이온즈가 2002년 이후 3년 만에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선동열(42) 감독의 초보답지 않은 지도력이 손꼽힌다. 지난해 김응룡 감독(현 삼성 사장) 밑에서 수석코치로 지도력을 쌓은 선 감독은 사령탑 취임 첫 해인 올해 정규시즌 1위를 일궈내면서 '스타 플레이어는 명감독이 될 수 없다'는 편견을 뒤집었다. 4년간의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 시절 배운 체력을 앞세운 선진 훈련 기법을 도입했고 선수시절부터 김응룡 감독 밑에서 배운 뚝심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강한 야구를 탄생시켰다. 한국 프로야구 출신 선수 감독으로 부임 첫 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기는 선 감독이 처음이다. 김재박 현대, 김성한 전 기아 감독 등 쟁쟁한 대선배들도 못한 일이었다. 삼성은 지난해 말 심정수, 박진만 등 전년도 챔피언 현대 출신 공수의 핵을 FA로 데려오면서 선 감독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선발 라인업에서 최대 7명까지 달했던 삼성의 FA 선수들은 분명 '초보' 선 감독에게 힘을 주는 원군들이었다. 선 감독의 지도력이 빛을 발했던 부분은 역시 전공인 마운드 운용이었다. 지난해 투수운용에 있어 거의 전권을 행사했던 선 감독은 장기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투수 운용에서 성공을 거두며 '지키는 야구'를 삼성에 뿌리내렸다. 지난해 배영수, 권오준, 권혁이 선 감독의 뒤를 지켜줬다면 올해는 '전가의 보도' 오승환과 고졸 3년차 우완 안지만, 베테랑 박석진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확실한 우승을 위해 바르가스, 해크먼(퇴출), 하리칼라 등 2명의 용병을 모두 투수로 채운 선택도 옳았다. 선 감독은 공격에서 홈런 위주의 한 방 야구 대신 다양한 득점 루트에 의한 야구로 바꾸기 위해 히트 앤드런 등 작전과 도루를 중시했다. 21일 현재 삼성의 홈런은 132개에서 110개로 줄었지만 도루는 94개로 50개에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 결과 삼성의 득점력은 지난해 경기당 4.81점에서 4.89점으로 더 좋아졌다. 또 고참과 신참을 가리지 않고 두 개 이상의 포지션 수비가 가능한 '멀티 포지션'을 습득하게 하며 선수단 체질을 강화했다. 시즌 시작 전부터 '최강의 전력'을 구축했던 탓에 삼성은 7개 구단으로부터 '공공의 적'으로 낙인 찍혔지만 선 감독은 부담을 지우고 선수단을 잘 추슬렀고 마침내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5부 능선을 넘었다. '이름 가지고 야구 하지 않겠다', '한 방 야구 대신 한 점차에 강한 야구를 만들겠다'던 선 감독의 '새로운 삼성 만들기'는 정규시즌 1위라는 성적이 말해주듯 일단 성공리에 출발했다. 이제 "단기전에는 어느 팀이 올라와도 자신 있다"는 선 감독이 포스트시즌에서도 변함없는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