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이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한 것은 연간 400억원을 웃도는 엄청난 자금력을 앞세워 초호화 멤버를 구성한 뒤 초보 사령탑이지만 선동열 감독의 뛰어난 지도력이 엮어낸 합작품으로 요약된다. `재벌구단' 삼성은 지난 겨울 FA 최대어였던 `거포' 심정수를 4년간 최대 60억원, 민완 유격수 박진만 4년간 최대 39억원을 주고 영입했다. 또 김한수(4년 최대 28억원)와 임창용(2년 18억원)을 잔류시켜 FA 구단 보상금까지 합하면 삼성이 FA 대어 싹쓸이에 쓴 비용은 150억원을 육박한다. 저인망식 스타선수 사냥으로 유명한 스페인 프로축구팀 레알마드리드와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를 빗대어 `레알 삼성' `양키 삼성'이라는 시기도 많았지만 이는 삼성 `전성시대'의 전주곡이었던 셈이다. 또 지난해 한국시리즈 때 9차전까지 가는 혈전 끝에 현대에 챔프 자리를 내줬던 아픈 기억을 털고 `명승부사' 김응용 감독을 전격 사장으로 발탁하고 수석코치를 맡아왔던 슈퍼스타출신의 선동열을 사령탑으로 승격시켜 `호화군단'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초강력 엔진으로 장착한 삼성은 예상대로 투.타 전력의 우위를 앞세워 4월27일 LG전부터 5월4일 롯데전까지 파죽의 7연승 행진으로 시즌 초반부터 선두를 질주했다. 6월25일 SK전부터 7월5일까지 6연패를 당하며 `양강 체제'를 구축한 두산에 1위 자리를 몇 차례 빼앗긴 걸 제외하곤 7월1일부터 석달 가까이 독주를 이어왔다. 나머지 7개 구단의 `공공의 적'으로 주요 타깃이 됐음에도 삼성이 유례없는 난공불락의 1위 자리를 지키며 지난 2002년 이후 3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 축배를 들 수 있었던 건 스타 플레이어들의 역할이 컸다. 타선에선 연봉킹(7억5천만원) 심정수가 최고 몸값의 명성에 미흡하지만 28홈런 등 타율 0.280, 86타점으로 중심타선의 무게감을 높였다. 또 간판급인 양준혁의 부진 속에서도 김한수가 15홈런 등 타율 0.290, 71타점으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고 박한이(타율 0.297)와 진갑용(0.289), 박종호(타율 0.270)도 나름대로 제 몫을 하며 공격을 주도했다. 마운드에선 우여곡절 끝에 삼성에 눌러앉은 FA 임창용이 5승8패(방어율 6.37)의 `먹튀'로 전락한 가운데 지난해 한국시리즈 `10이닝 노히트노런'의 주인공 배영수는 에이스 성적으로는 부족하지만 11승을 거두며 선발 주축으로 활약했다. 주전 경쟁에서 다소 밀려 있었던 조연급 멤버들과 팀에 새롭게 합류한 뉴페이스들도 투.타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정규시즌 우승의 숨은 원동력이 됐다. 신인 투수 오승환은 불펜에서 마무리로 격상돼 시즌 9승15세이브를 올리며 철벽 소방수 입지를 굳혔고 안지만과 박석진, 오상민, 지승민, 강영식, 임동규도 두터운 방패로 막강 불펜진의 한 축을 이뤘다. 공격에선 진흙속에 묻혀 있었던 `보배' 조동찬이 빠른 발과 고감도 타격감으로공격을 물꼬를 트는 `테이블 세터'로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와 함께 지난해 팀 방어율 1위(3.76)의 `짠물 야구'를 주도했던 선동열 감독은 처음 지휘봉을 잡았음에도 용병 2명을 모두 투수로 보강한 선견과 적재적소 선수 배치, 조연 기용을 통한 경쟁 유도 등 뛰어난 지도력도 빼놓을 수 없다. 또 선수 확보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김응용 사장를 비롯한 프런트와 대구구장을 찾아 뜨거운 응원을 보냈던 홈팬들도 정규시즌 1위의 드러나지 않은 공신들이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