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이제는 한국하면 2002년 월드컵을 떠올리는데 그 동안 기념관이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4강신화의 추억을 간직한 2002 FIFA 월드컵기념관이 문을 연 21일 개관식에 참석한 축구인들은 감격의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 창립 72주년 기념행사를 겸해 기념관이 위치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지난 13일 세상을 떠난 한국 축구 명예의 전당 헌액자 고(故) 홍덕영씨에 대한 추도 묵념으로 다소 엄숙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명예의 전당 헌액자인 이회택 협회 기술위원장과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 축구계 원로, 프로축구 각팀 단장 및 감독 등 100여명의 참석자들은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여 3년 전 한일월드컵에 대한 추억을 나누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인사말을 맡은 정몽준 협회장은 "이날 행사는 2002 월드컵의 의미를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라면서 행사장소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건립을 둘러싼 비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정 회장은 "아시는 것처럼 96년 FIFA가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 공동개최 결정을 내렸는데 바로 97년 IMF사태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서울에 경기장을 지을 필요가 있느냐는 국가적인 토론이 벌어졌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특히 이듬해 김대중 대통령으로 바뀌면서 대통령인수위원회가 서울에는 월드컵경기장을 짓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려왔다는 것. 정 회장은 "당시 축구원로들과 점심을 같이 했는데 한 분이 서울에 경기장을 짓지 않느냐면서 울음을 터뜨려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그날 이후 꼭 경기장을 지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면서 김대중 대통령을 설득해 겨우 일을 성사시켰다고 털어놨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차 감독은 자신의 흉상 앞에서 포즈를 취한 뒤 "저보다 훌륭한 선배님들도 많은데 제가 헌액돼 책임감을 느낀다. 제가 살아있는 한 축구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념관을 둘러보던 원로 축구인들은 1954년 스위스월드컵 관련 사진을 보며 과거 동료와 선배들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일월드컵에 관한 영상물이 나오는 방에서는 축구계 선배들이 당시 주전 수비수로 활약한 홍명보 협회 이사를 지목하며 "여기는 명보가 봐야지"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정 회장과 조중연 부회장은 방송 취재진으로부터 오는 27일로 예정된 국회 국정감사에 대한 질문세례를 받았다. 정 회장은 "고생하는 직원들이 섭섭할지 모르지만 축구가 국민적인 관심이 높기 때문에 나가서 설명해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나 국정감사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는 "그렇게 어려운 질문은 하지 말아달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