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께 도와달라고 빌었어요."


11일 경기 이천의 BA비스타 골프장(파72·6350야드)에서 열린 SK엔크린인비테이셔널 3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 합계 11언더파 205타로 2위 배경은(20·CJ)을 2타 차로 제치고 우승한 여고생 아마추어 골퍼 신지애(17·함평골프고 2년)는 우승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골프 국가대표로 올 시즌 아마추어 무대에서 5승을 쓸어담으며 주목받고 있는 선수지만 신지애는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역경을 이겨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난 2003년 11월 어머니 나송숙씨는 지원(14) 지훈(8) 등 두 동생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 큰 사고를 당했다.


결국 어머니는 세상을 떴고 동생들은 중상을 입은 채 1년이 넘도록 병원 신세를 졌다.


단란했던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아버지 신재섭씨(45)는 담임목사직을 던지고 신지애의 골프 뒷바라지와 함께 두 자녀의 병구완에 나서느라 이렇다 할 수입이 없었다.


신지애는 두 동생이 입원해 있는 1년여 동안 병실 한구석에 간이 침대를 놓고 살았다.


당장 살 집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작년 10월 동생들이 퇴원하면서 '병원 살림'을 청산할 수 있었지만 단칸방에 네 식구가 기거하는 고달픈 생활은 여전했다.


하지만 신지애는 내색않고 그저 골프연습에만 매달렸다.


골프 실력은 날이 갈수록 늘었다.


마침내 이번 대회에서 미국 LPGA 무대에서 뛰고 있는 박희정과 배경은,작년 국내 여자프로골프 전관왕 송보배 등을 제치고 프로대회 우승까지 차지했다.


신지애는 "내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꼭 따고 싶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아무래도 내년부터는 프로로 나서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155cm로 키는 크지 않지만 당당한 체격에서 뿜어나오는 평균 270야드 안팎의 드라이브샷이 장기인 신지애는 프로 무대에서 통하려면 쇼트게임을 더 가다듬어야 한다고 자평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