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미켈슨(미국)이 제87회 PGA챔피언십(총상금 625만달러) 정상에 오르며 생애 두번째 메이저 왕관을 차지했다.


미켈슨은 16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스프링필드의 밸투스롤골프장(파70.7천392야드)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2오버파 72타를 쳐 4라운드 합계 4언더파 276타로 우승했다.


95년 이 대회 우승자 스티브 엘킹턴(호주)과 토마스 비욘(덴마크) 등 2명을 1타차로 따돌린 미켈슨은 이로써 작년 마스터스에 이어 생애 두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따냈다.


PGA 통산 27번째 우승을 메이저대회 우승컵으로 장식한 미켈슨은 시즌 4승으로 타이거 우즈(미국), 비제이 싱(피지) 등과 함께 다승 공동선두로 나서면서 2005년 시즌 최고 선수 경쟁에 뛰어 들었다.


특히 2년 연속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차지한 것은 최근 10년간 우즈 외에는 아무도 해내지 못한 대기록이다.


또 미켈슨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세계랭킹에서도 어니 엘스(남아공)를 제치고 4위에서 3위로 한 계단 뛰어오르게 됐다.


마지막 18번홀(파5) 버디로 짜릿한 1타차 우승을 낚은 미켈슨에게는 짧지만 긴 하루였다.


전날 2타차 단독선두를 달리다 낙뢰 경보 때문에 14번홀(파4) 파퍼트를 남긴 채 경기를 중단했던 미켈슨은 16번홀(파3)에서 1타를 잃으면서 엘킹턴에 공동선두를 허용, 우승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게다가 3라운드에서 메이저대회 사상 18홀 최소타 타이기록인 63타를 뿜어냈던 비욘이 17번홀(파5)에서 버디를 뽑아내 3명이 공동선두에 나서는 혼전양상이 전개됐다.


미켈슨이 17번홀에서 4m 버디 기회를 무산시킨 것도 승부를 한층 예측하기 어렵게 몰아갔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끝내 미켈슨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경기를 펼친 비욘이 18번홀에서 친 버디 퍼트는 컵 언저리를 맞고 돌아나왔고 엘킹턴은 17번, 18번홀에서 1타도 줄이지 못한 채 경기를 마치면서 승부는 미켈슨에게 기울었다.


18번홀에서 247야드를 남기고 4번 우드로 친 두번째샷이 다소 짧아 그린 앞 러프에 박혔지만 로브샷의 달인답게 미켈슨은 홀 1m 안쪽에 볼을 떨궈 버디 찬스를 만들었다.


핀까지 10야드 가량 떨어진 짧은 샷이었지만 깊은 러프에서 거리 조절이 쉽지 않은 까다로운 상황.

그러나 현역 선수 가운데 높은 탄도와 강력한 백스핀을 겸비한 로브샷 구사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미켈슨의 쇼트게임 능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미켈슨은 볼이 핀 옆에 떨어지자 두팔을 번쩍 지켜들며 사실상 확정된 우승을 자축했다.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미켈슨은 그린으로 달려나온 아내,그리고 세딸과 포옹하면서 우승의 감격을 만끽했고 클럽하우스에서 중계를 지켜보며 연장전을 고대하던 엘킹턴과 비욘은 머쓱하게 악수를 교환하고 자리를 떠야만 했다.


미켈슨은 "어릴 적 뒷마당 거친 잔디에서 치던 샷을 떠올렸다"며 긴박했던 18번홀 세번째샷을 설명했다.


엘킹턴은 "나와 비욘은 18번홀에서 버디기회를 잡았지만 성공시키지 못했다"며 입맛을 다셨다.


전날 2언더파 68타로 경기를 마친 우즈는 합계 2언더파 278타로 공동4위에 오르는 뒷심을 발휘했다.


올해 마스터스와 브리티시오픈을 우승한 우즈는 이로써 올해 4개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4위 이내에 입상하는 기록을 남겼다.


우즈는 또 이 대회에서 공동10위(이븐파 280타)에 머문 비제이 싱(피지)와의 상금 격차를 더 벌리며 상금랭킹 1위를 굳게 지켰다.


미켈슨과 공동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97년 PGA챔피언십 우승자 데이비스 러브 3세(미국)는 4타를 잃어 우즈와 함께 공동4위에 그쳤다.


6오버파 286타로 일찌감치 경기를 끝낸 최경주(35.나이키)는 공동40위가 확정됐고 7오버파 287타의 양용은(33.카스코)은 공동47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한편 전날 4라운드 도중 천둥번개로 경기를 중단했던 올해 대회는 대회 사상 19년만에 5일 동안 치른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