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입문 6년만에 우승한 장정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이뤄낸 장정(25)은 6년 동안 '무관의 설움'에 울었지만 주니어 때부터 세리(28.CJ), 김미현(28.KTF)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꼽혔던 실력파였다.

대전 중앙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 장석중씨의 손에 이끌려 골프채를 쥔 장정은 대전 유성여고 시절 아마추어 최강자로 군림했다.

박세리와 이웃집에 살았던 때문에 골프 입문은 박세리의 영향이 없지 않았다는 후문.
97년 한국여자프로골프 최고 권위의 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여고생 장정은 김미현을 꺾고 정상에 오르는 파란을 연출하면서 단숨에 '전국구 스타'로 부상했다.

장정은 이듬해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를 제패한데 이어 김주연(24.KTF)과 함께 출전한 방콕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은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아마추어 시절과 달리 프로 골퍼 장정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99년 프로테스트 이론시험에서 답안지 작성 과정에서 한칸씩 밀려 쓰는 어이없는 실수로 낙방한 장정은 자신의 우상인 박세리의 성공에 힘입어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퀄리파잉스쿨에서 전경기 출전권을 따내는데 실패했지만 조건부 출전권자라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18경기에서 5차례 '톱10' 입상으로 이듬해 전경기 출전권을 획득했다.

2년차인 2000년 세이프웨이챔피언십에서 장정은 첫 우승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1홀을 남기고 김미현에게 동타를 허용해 연장전에 끌려 들어가 끝내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때부터 '언제든 우승할 수 있는 선수'라는 평가가 따라 붙었지만 그 '언젠가'는 투어 생활 6년째가 된 올해까지 이어져왔다.

해마다 조금씩 상금랭킹을 끌어올려온 장정은 작년에는 68만달러를 벌어들여 상금랭킹 12위까지 올랐지만 고달픈 살림살이는 펴지지 않았다.

2년여를 뺀 4년간 투어 생활 동안 변변한 스폰서 없이 상금만으로는 투어 경비 대기도 빠듯했기 때문.
경찰관을 재직하다 딸의 미래를 위해 명예퇴직한 아버지 장석중(60)씨는 퇴직금을 쏟아부었고 어머니 이경숙(53)씨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어렵사리 뒷바라지를 했다.

이런 어려운 사정에도 장정의 '무관의 한'은 좀체 풀릴 기미가 없었다.

작년 켈로그키블러클래식에서 또 한번 준우승에 그친 장정은 올해 사이베이스클래식에서 또 다시 우승 문턱에서 좌절, 통산 3번째 준우승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장정은 올해 7차례 '톱10' 입상으로 박세리,박지은,김미현의 공백을 메우며 한국 낭자군의 간판 선수로 등장했고 끝내 메이저대회에서 꿈을 이뤄냈다.

'슈퍼땅콩' 김미현보다 더 작은 키(151㎝) 때문에 '슈퍼울트라땅콩'이란 별명이 붙은 장정은 장타력에서는 평균 비거리 245.5야드(85위)로 다소 처지나 아이언샷과 퍼팅, 그리고 쇼트게임은 LPGA 선수 가운데 정상급.

아이언샷 정확도를 가늠하는 그린 적중률 18위(70.4%), 그리고 홀당 퍼팅수는 13위(1.8개)에 올라있고 벙커에 빠졌을 때 파나 버디를 잡아내는 파세이브율도 6위(54.3%)에 랭크되어 있다.

또박또박 홀을 공략해나가는 장정의 장점은 또 성격이 밝고 침착하다는 점.
투어 선수 가운데 가장 잘 웃는 선수로 소문난 장정은 경기장 안팎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명랑한 성격이다.

경기를 망치고도 웃으면서 보도진의 인터뷰에 응하는 장정은 때문에 기자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장정의 미국 생활을 뒷바라지하고 있는 언니 장미경씨도 한국 선수들 사이에는 분위기 메이커로 인기가 높다.

장석중씨외 이경숙씨 사이의 세딸 가운데 막내인 장정의 유일한 불만은 언니 미경씨와 은경씨가 늘씬한 '키다리 미녀'인 반면 자신만 키가 작다는 점이라고.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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