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의 이승엽(29. 지바 롯데 마린스)이 일본 진출 2년 만에 현지 무대 적응을 완전히 마치고 '남벌'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승엽은 20일 삿포로돔에서 벌어진 니혼햄 파이터스전에서 시즌 22호 대포 포함, 5타점의 괴력을 발산하며 전반기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했다. 전반기 최종 성적은 타율 0.266(252타수 67안타), 22홈런, 53타점. 67안타 중에는 2루타가 18개, 3루타가 한 방 끼여 있다. 퍼시픽리그 홈런 단독 5위, 타점 11위.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해 순위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장타율(0.607)은 리그 4위권이다. 팀에서 홈런은 그를 따라올 자가 없고 타점은 베니(68개)에는 모자라나 후쿠우라(56개) 프랑코(54개)와는 엇비슷한 성적이다. 지난해 타율 0.240, 15홈런, 50타점의 초라한 성적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실로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전반기 대약진은 그의 피땀흘린 노고의 결과다.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는 다소 섬뜩한(?) 좌우명을 인생의 지표로 삼고 있는 그는 지난해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겨우내 구슬땀을 흘리며 절치부심 칼을 갈았다. 지난 겨울 '사부'인 박흥식 삼성 타격코치와 전성기 타격폼을 찾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 또 부족한 파워를 기르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어느 때보다 지독한 훈련 스케줄을 소화했다. 일본으로 가서는 비디오 분석을 통해 일본의 대표적인 좌타자인 마쓰나카 노부히코(소프트뱅크 호크스) 이와무라 아키노리(야쿠르트 스왈로즈) 다카하시 요시노부(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콤팩트 스윙'을 집중적으로 연마했다. 하체를 고정한 채 상체만 움직이는 스윙으로 일본 투수들의 변화무쌍한 포크볼을 공략하려면 꼭 필요한 변화였다. 또 인스트럭터로 초빙된 김성근 전 LG 감독의 지도 하에 일본 야구 문화 적응에 집중했고 무기력했던 지난해와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3월 23일 개막전 스타팅에서 제외된 이승엽은 2군에서 하루에 천번씩을 스윙하며 재기를 노렸고 마침내 4월 2일 1군 무대에 복귀했다. 올 첫 도입된 인터리그에서 홈런 12방을 터뜨리며 인터리그 홈런 공동 1위에 올랐던 그는 퍼시픽리그전이 재개된 이후에는 전매특허인 홈런포를 절체절명의 순간 가동하며 '이승엽 홈런=승리'라는 새로운 공식을 창출했다. 실제 리그전 재개 후 마린스가 거둔 8승 중 6승이 이승엽의 홈런과 직결돼 있다. 훌리오 술레타(소프트뱅크)에게 막판 역전패하며 2년 연속 팬 선정 올스타 문턱에서 아깝게 좌절했던 이승엽은 그러나 좌투수가 나오면 벤치를 지키는 '플래툰시스템'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리그 최고 타자들과 견줘 손색이 없는 성적을 올려 역시 '아시아 56발남'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이런 그의 맹활약에 롯데 마린스는 벌써부터 내년 시즌 이승엽의 잔류 요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감독 추천선수로 22일~23일 일본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출장하는 이승엽은 전반기 환희의 순간을 뒤로 하고 후반기에도 시원한 대포로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겠다는 원대한 포부로 게임에 나설 각오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