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싸움때문에 더이상 선수들을 볼모로 삼아선 안됩니다." 한국빙상경기연맹이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쇼트트랙 종목의 내홍에 절박한 심정을 토로하고 나섰다. 지난해 쇼트트랙 여자대표팀 구타사건에 이어 올해초 불거진 남자대표팀의 선수촌 입촌거부에 이은 선수촌 퇴촌 등 바람잘 날 없었던 쇼트트랙은 지난달 남녀대표팀의 태릉선수촌 재입촌으로 평온을 되찾는 듯 했다. 하지만 14일 또다시 남녀대표팀 선수들의 학부모와 코칭스태프까지 가세해 박성인 연맹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지루한 파벌싸움에 다시 들어가고 말았다. 파벌간 대립으로 오랫동안 반목해온 쇼트트랙계의 고질병이 또다시 고개를 든 것. 빙상연맹의 한 고위 관계자는 15일 "동계올림픽이 코앞에 닥쳐있는 상황에서 메달 획득이라는 대의를 위해 조금씩만 서로 양보해야 하는 데..."라며 걱정의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대표팀 전력강화 차원에서 윤재명씨를 총감독으로 선정했는 데 개인적인 감정과 이익 때문에 또다시 반목하고 있다"며 "선수들을 볼모로 밥그릇 싸움을 하는 꼴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이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쇼트트랙 문제에 대해 빙상연맹의 또다른 관계자는 "쇼트트랙이 한국 동계종목의 유일한 금메달 종목이어서 이에 따른 이권 다툼 때문에 반목이 심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열악한 다른 종목과는 달리 쇼트트랙은 올림픽 메달 가능성이 높아 남자 선수들에게 필수적인 병역혜택은 물론 다양한 포상제도때문에 생존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금메달 획득을 위해 코칭스태프가 특정 선수를 밀어주는 식의 전술까지 쓰지않으면 안되는 경우도 종종 있어 나머지 선수들의 불만이 누적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병역혜택과 포상이라는 '꿀단지'를 독식하기 위한 파벌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한국 동계스포츠의 중심으로 떠오른 쇼트트랙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꼴이다. 내년 2월 개막하는 2006토리노동계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갈피를 못잡는 쇼트트랙의 현실을 바라보는 팬들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