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國技) 태권도가 올림픽 무대에서 살아남았다. 태권도는 8일 싱가포르 라플스호텔에서 벌어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제117차 총회 올림픽 종목 퇴출 찬반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을 획득, 2012년 런던하계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던 야구와 96년 애틀랜타올림픽부터 참가한 소프트볼은 탈락했다. 야구는 세계 최고무대인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고 소프트볼은 세계적인 인지도와 보편성이 떨어져 IOC 위원들이 외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투표는 하계올림픽에 참가하는 28개 종목에 대해 개별적으로 실시됐으며 득표수는 위화감 방지를 위해 발표되지 않았다. 야구와 소프트볼이 퇴출됨에 따라 IOC는 이날 오후 집행위원회를 열고 후보종목인 럭비, 골프, 가라테, 스쿼시, 롤러스포츠 중 2개 종목을 선정해 9일 열리는 총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후보종목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려면 총회에서 ⅔이상의 찬성을 얻어 올림픽 스포츠로 선정된 뒤 다시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획득해야 정식종목으로 참가할 수 있다. 태권도는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으며 2012년까지 연장됐지만 2016년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선 4년 뒤 다시 IOC 위원들의 찬반투표를 거쳐야 한다. IOC는 1936년 폴로를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시킨 이후 단 한 종목도 퇴출시키지 않았지만 2001년 수장에 오른 자크 로게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종목 교체'를 주장했었다. 로게 위원장은 2002년 멕시코시티 총회에서도 야구와 소프트볼, 근대5종을 퇴출시키고 럭비와 골프를 추가하려 했지만 해당 종목의 반발과 대다수 IOC 위원들의 반대로 무산됐었다. 그러나 로게 위원장은 IOC 프로그램위원회를 동원해 28개 전 종목에 걸쳐 심의를 벌인 뒤 퇴출 찬반투표를 강행하게 됐다. 태권도는 지난 달 발표된 프로그램위원회 보고서에서 ▲TV 중계권료 전무 ▲심판 판정의 불공정성 ▲경기 흥미의 저하 등이 약점으로 지적돼 한 때 위기감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태권도연맹(WTF)은 IOC에 태권도 경기 개혁방안을 제출한 뒤 대한올림픽위원회(KOC)와 더불어 IOC 위원들을 대대적인 로비작전을 펼쳤었다. 특히 김정길 KOC 위원장은 싱가포르 총회 개막 직전 로게 위원장과 면담한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친서까지 전달하며 태권도의 올림픽 잔류에 협조 요청을 했었다. 태권도는 이번 총회에서 올림픽 잔류가 결정됐지만 영구적인 종목으로 존속하기 위해 대대적인 내부 혁신이 불가피하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