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최경주(35.나이키골프)가 험악한 코스 세팅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 US오픈골프대회(총상금 625만달러) 첫날 언더파 스코어를 작성하며 선두권에 올랐다. 최경주는 17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리조트 2번코스(파70.7천214야드)에서 막을 올린 대회 1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3개를 잡아내고 보기 4개를 곁들여 1언더파 69타를 쳤다. 깊은 러프와 단단하고 빠른 솥뚜껑 그린으로 무장해 '오버파 스코어 챔피언' 탄생 가능성도 제기됐던 이 대회에서 첫날 언더파 스코어를 낸 선수는 156명 가운데 단 9명. 최경주는 공동 선두 올린 브라우니, 로코 미디에이트(이상 미국. 67타)에 2타차 공동6위에 올라 당당히 우승 후보로 등장했다. 개미허리를 방불케 하는 페어웨이에서도 평균 285.5야드의 장타를 휘두른 최경주는 페어웨이 안착률 57%, 그린 적중률 39%로 샷의 정확도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홀당 1.39개꼴인 '짠물 퍼팅' 덕을 톡톡히 봤다. 그린을 놓쳤을 때 파세이브가 그만큼 많았다. 특히 4번홀(파5)에서 이글을 뽑아내는 등 2개 뿐인 파5홀에서 3타를 줄인 것이 상위권 진입의 원동력이 됐다. 관심을 모았던 '빅5' 대결에서는 지난해 이 대회 챔피언 레티프 구센(남아공)이 한발 앞섰다. 'US오픈 코스와 가장 궁합이 맞는 선수'로 평가받는 구센은 페어웨이 안착률 79%, 그린 적중률 89%의 컴퓨터샷을 구사하며 버디 3개를 수확하고 보기는 1개로 막으며 2언더파 68타를 때려내 선두에 1타차 공동3위를 달렸다. 구센은 그러나 32개까지 치솟은 퍼팅 부진이 다소 아쉬웠다. 같은 코스에서 열린 지난 99년 US오픈에서 1타차 준우승에 그친데 이어 작년에도 2위에 머물렀던 필 미켈슨(미국)도 1언더파 69타를 치며 공동6위에 포진, 첫걸음은 가벼웠다.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평균 310야드의 폭발적인 장타력을 뽐내며 이븐파 70타(공동10위)로 첫날을 마쳐 메이저대회 2연승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우즈는 파5홀 2곳에서 모두 버디를 뽑아냈지만 파퍼트 2개를 놓치는 등 전반적으로 경기 감각이 들쭉날쭉해 애를 먹었다. US오픈 첫 우승과 세계랭킹 1위 탈환에 나선 비제이 싱(피지)도 이븐파 70타로 첫날은 무난하게 넘겼다. 우즈, 구센과 함께 US오픈을 2차례 제패한 어니 엘스(남아공)는 1오버파 71타로 공동17위로 밀렸다. 순위표 상단은 메이저대회 1라운드의 '관례'대로 뜻밖의 인물이 차지했다. 나란히 3언더파 67타를 친 46세의 노장 브라우니와 43세의 미디에이트는 이제는 정상권에 멀어진 흘러간 스타들. 통산 2승의 브라우니는 99년 이후 우승컵과는 인연이 없었고 5승이나 따낸 미디에이트 역시 2002년 크라이슬러클래식 우승을 끝으로 우승 경쟁을 벌이는 일이 드물어졌다. 이번 대회 출전권이 없어 예선을 거친 브라우니는 예선전에서 18홀 59타의 대기록을 수립한데 이어 첫날 선두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전성기를 지나면서 부상까지 당해 어려움을 겪었던 미디에이트도 '노장 투혼'을 발휘하며 모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밖에 한때 유럽 최고의 선수로 기대를 모았던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와 일본 투어를 전전했던 브랜트 조브(미국)도 2언더파 68타를 때려 상위권에 나섰다. 또 첫 출전한 양용은(33.카스코)은 4오버파 74타로 공동 54위에 올랐다. 바람이 거의 없는 온화한 날씨 속에 치러진 1라운드는 "좋은 샷에는 보상이 따르지만 작은 실수도 커다란 징벌을 주겠다"는 미국골프협회(USGA)의 공언대로 언더파 스코어 선수는 9명에 불과한 반면, 12명이 10오버파 이상의 성적을 냈다. 작년 라이더컵 대표 폴 케이시(잉글랜드)는 15오버파 85타, 제이 하스(미국)는 12오버파 82타를 치는 등 상당수 선수들이 까다로운 코스의 희생양이 됐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