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힘과 파이팅으로 90년대 한국 배구가 낳은 걸출한 스타로 기억되는 '임꺽정' 임도헌(34)이 태극마크를 달고 코트에 복귀했다. 물론 나이가 나이인 만큼 선수가 아닌 남자 대표팀 코치로서이다. 지난달 공정배 대표팀 감독을 보좌할 코치로 전격 선임된 임도헌은 17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개막하는 2006년 세계선수권 아시아 예선에서 성인 대표팀 코치로서 첫 시험대에 오른다. 지난 2003년 현대캐피탈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선수 생활을 접은 임도헌 코치는 이후 캐나다 밴쿠버의 브리티시콜롬비아대학(UBC)의 배구팀 코치로 1년 가량 지도자 수업을 쌓은 후 지난해 여름에는 남자 청소년 대표팀 코치로 발탁, 팀을 아시아청소년선수권 우승으로 이끈 바 있다. 선수 시절부터 정평이 난 성실성과 항상 솔선수범하는 태도는 당시 코치 임무 수행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고, 이같은 점이 높이 평가돼 젊은 나이에 성인 대표팀 코치로 전격 발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태릉에서 입촌 훈련을 할 때에도 프로배구 원년 V-리그가 끝난 지 얼마 안된 시점이라 선수들이 피로가 쌓이고 꾀도 날만 했건만 앞장선 채 선수들과 코트 80 바퀴를 똑같이 도는 임 코치의 솔선수범에 선수들도 묵묵히 따를 수 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또 임 코치가 때리는 공을 리시브하는 훈련을 할 때에는 현역 시절에 버금가는 강타에 선수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지난 3월 치러진 프로배구 V-리그 올스타전에서도 전성기 버금가는 파워 스파이크로 훨훨 날기도 했던 임 코치는 조기 은퇴에 아쉬움도 많이 남아 있지만 아쉬운 만큼 후배들에게 더욱 정성을 쏟아붓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 있다. 우락부락한 외모와는 달리 한없이 자상하고 부드러운 성격으로 "언제나 즐겁게 운동해야 한다"는 지론에 따라 선수들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준비된 지도자' 스타일. 임 코치는 "이렇게 훌륭한 선수들을 가르치고 함께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된 것에 참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모두가 자질이 있는 좋은 선수들인 만큼 옆에서 잘 도와줘 최소한 내가 현역 때 뛰던 것보다 선수들이 하나라도 더 발전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알마티=연합뉴스) 현윤경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