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보다 빠른 사나이.' 15일(한국시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스타디움에서 9초77에 100m를 달려 세계 육상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는 세계기록을 세운 자메이카의 신예 스프린터 아사파 포웰(22)은 모리스 그린, 팀 몽고메리(이상 미국)를 뒷전으로 밀어내고 새로운 인간탄환의 탄생을 알렸다. 지난해 아테네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딴 저스틴 게이틀린(미국)에 밀려 5위로 처지는 설움을 맛봤지만 올들어 시즌 최고인 9초84, 9초85를 연달아 찍어 기록 경신의 기대감을 높였다. 작년 올림픽 직전 레이스에서 그린을 잇따라 제압하고 그랑프리대회에서 3연속 우승을 이뤄내며 국제 육상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올림픽 당시에도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지만 큰 무대에서는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목사의 아들로 "아버지의 신앙심이 나를 이끌었다"고 말한 포웰은 형제 5명이 모두 육상 선수일 정도로 스피드를 타고 난 스프린터. 형 도노반 포웰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400m 계주팀에서 뛰었다. 포웰은 지난 99년 형을 따라 미국 텍사스로 건너와 훈련했지만 한때 형이 육상을 그만두라는 말을 했을 만큼 초반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자메이카 출신 코치 스티븐 프랜시스의 조련을 받은 포웰은 서서히 최고의 스프린터로 성장하기 시작했고 올림픽에서 4개의 메달을 따낸 이웃 트리니다드토바고 출신 스프린터 아토 볼든이 뛰는 모습을 보며 세계기록을 향한 꿈을 키웠다. 그 이후 포웰의 우상은 '캔자스시티의 혜성' 그린이었다. 포웰은 "언제나 그린처럼 되고 싶었다.그는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운동을 해야 하는지 일깨워주는 스승이었다"고 말했다. 국제육상연맹(IAAF)의 전체 세계랭킹에서 1위에 오른 포웰은 당분간 전성기를 구가할 전망이다. 라이벌로는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게이틀린과 트리니다드토바고의 대럴 브라운 등이 있지만 오는 8월 헬싱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포웰은 "시간이 내 편이라는 걸 알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기록을 깨뜨리는지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