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모든 선수들이 인상적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등번호 10번의 박(박주영)이 특히 좋았다." 비록 골을 넣지도, 팀을 승리로 이끌지는 못했지만 '천재 스트라이커' 박주영(20.서울)의 탁월한 기량만큼은 적장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13일(이하 한국시간) 네덜란드 에멘에서 열린 2005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F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한국을 2-1로 물리친 스위스의 피에르-앙드레 슈르만 감독은 공식 인터뷰에서 이같은 말로 박주영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박주영은 이날 90분을 풀타임으로 뛰며 환상적인 개인기를 선보이며 스위스의 '황금세대'로 불리는 또래 유럽 빅리거들에 견줘서도 손색이 없는 플레이를 펼쳐 축구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상대 수비 1~2명쯤은 쉽게 제치는 탁월한 드리블, 수비진의 허를 찌르는 절묘한 원터치 패스로 동료들에게 찬스를 열어주는 감각만큼은 최근 A매치 무대에서 경험을 쌓고 돌아오면서 한층 세련되게 다듬어진 느낌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후반 4분 역습을 전개하면서 혼자 70m 이상을 드리블로 치고나가며 상대 수비를 농락한 것. 후방에서 볼을 잡아 곧바로 공격을 전개한 박주영은 아스날의 수비수 필리프 센데로스를 두번이나 제치는 등 3~4명을 드리블만으로 무너뜨리며 페널티지역 안쪽까지 시원한 돌파를 감행했다. 비록 타이밍을 놓쳐 슛까지 연결하지는 못했지만 최근 FA컵 결승에서 루드 반 니스텔루이, 웨인 루니(이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을 무실점으로 묶었던 센데로스를 당황하게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국내 축구팬들의 자부심을 느끼게 할 만한 멋진 돌파력이었다. 전반 투톱에서 후반 들어 스리톱의 왼쪽 공격수로 자리를 옮긴 박주영은 드리블 또는 재치있는 로빙패스나 힐패스 등으로 여러 차례 동료들에게 슈팅 찬스를 내줬으나 동점골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경기 내내 비가 많이 내린 탓인지 특유의 날카로운 슛 감각을 살리지는 못하고 여러차례 뜨는 슈팅만을 보여준 것이 옥에 티. 그러나 박주영은 경기를 마친 뒤 "후반 중반이 넘어가면서 체력이 좀 처지는 것 같았다"면서도 "후반에 경기를 잘해 우리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팀(브라질, 나이지리아)을 보니 썩 잘하는 것 같지는 않고 해볼만하다"고 희망을 던졌다. 박주영은 "이제 게임을 하는 방법을 알았으니 남은 경기에서 적극적으로 하면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에멘=연합뉴스) 강건택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