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시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축구라기보다 전쟁에 가까운 죽음의 원정에서 본프레레호가 살아남기 위해 넘어야 할 첫번째 산이 우즈베키스탄(FIFA 랭킹 54위)이다.

한국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 있고 1무2패(승점 3)로 A조 최하위인 우즈베키스탄이 주전 선수들의 불참으로 분위기가 다운돼 있지만 원정경기의 특성상 어떤 돌출변수가 튀어나올 지 한치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안정환(요코하마), 박주영(FC서울), 차두리(프랑크푸르트)가 공격 선봉을 맡은 본프레레호가 3일 저녁 10시(한국시간) 타슈켄트 파크타코르 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축구 팬들은 숨을 죽일 수 밖에 없다.

◆원정 징크스를 깨라= 지긋지긋한 원정 징크스를 이제는 걷어내야 할 때.
한국축구는 안방과 집밖에서 실력 편차가 심해 지난 70∼80년대 번번이 월드컵과 올림픽 본선 티켓을 놓쳤다.

징크스는 쉽게 사라지지 않아 지난 2003년 10월 충격의 오만 쇼크를 비롯해 작년 3월 코엘류호의 치욕적인 몰디브 원정 무승부, 지난 3월 본프레레호의 담맘(사우디아라비아) 쇼크로 이어졌다.

본프레레호의 올해 원정경기 성적표는 1승2무2패로 초라하다.

지난 1월 미국 원정에서 콜롬비아, 파라과이, 스웨덴과 2무1패,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에 0-2 완패를 당했고 유일한 승리는 사우디전 직전 부르키나파소와의 평가전에서 거둔 1-0 승리가 전부였다.

태극전사들이 원정 고전 징크스를 깨는 순간 독일로 가는 길의 최대 장애물이 사라진다.

◆우즈베크 킬러 본색= '어웨이지만 우즈베키스탄 만큼은 자신있다.

'
한국의 우즈베키스탄 역대전적은 3승1패.
첫 대결인 지난 94년 10월 히로시마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0-1로 덜미를 잡혔지만 그 이후 3연승을 달리고 있다.

97년 9월 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서울)에서 최용수, 이상윤의 골로 2-1 승리를 거뒀고 한달 뒤 원정에서는 최용수(2골), 유상철, 김도훈, 고정운이 축포를 터뜨리며 5-1 대승.

지난 3월 상암에서 만난 1차전도 이영표, 이동국의 골로 2-1 승.

23명의 태극전사 중 유일하게 97년 우즈베키스탄 원정에 출전해 골까지 넣었던 '맏형' 유상철이 승리의 기운을 후배들에게 전수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연막전술 조심= 우즈베키스탄은 알렉세이 폴리야코프(GK), 올레그 파시닌(DF), 블라디미르 마미노프(MF) 등 주전 3명이 부상과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엔트리에서 제외돼 외견상 전력이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세리에A에서 뛰는 신예 일리야스 제이툴라에프(레지나)도 제외된 상태.

그러나 라브샨 하이다로프 감독이 훈련은 물론 엔트리를 마지막 순간까지 철저히 보안에 붙여놓고 있어 연막전술에 대비해야 한다.

또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비교적 덜 알려져있는 상태라 네임밸류가 떨어진다고 해서 만만히 보다가는 의외의 복병을 만날 수도 있는 일.

◆A매치 데뷔 3인방= 이번 원정 멤버 중 A매치에 데뷔하는 태극전사는 김한윤(부천)과 곽희주(수원), 김진용(울산) 등 3명.

이들 중 일단 스리백 왼쪽 수비수 김한윤 만이 선발 출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한윤은 생애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이미 프로에서 193경기를 소화한 백전노장.
오히려 후배 수비수 유경렬(울산), 박동혁(전북)을 이끌어야 할 위치다.

곽희주는 김한윤의 대체카드로 출전 대기 중이고 김진용은 차두리(프랑크푸르트)나 박주영(FC서울)이 여의치 않을 경우 출격할 조커 카드.

그러나 A매치 새내기 3인방은 일단 최종엔트리 18명에 들어가야만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한편 대표팀 명단에 4번째 이름을 올렸지만 사실상 처음 선발 출전하게 된 '천재골잡이' 박주영은 데뷔전부터 엄청난 부담과 스포트 라이트를 동시에 받고 있다.

◆더위.잔디와의 전쟁= 당초 쿠웨이트의 살인적인 더위를 걱정했지만 타슈켄트도 한낮 기온이 섭씨 35도까지 치솟아 만만찮은 상황.

물론 경기 시간에는 해가 지기 때문에 더위가 사라지고 습도가 높지 않아 시원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경기 직전까지 한낮 무더위 속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선수단 의무팀과 조리팀은 태극전사들이 적지에서 혹시 탈이라도 나지 않을 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군데군데 잔디가 파이고 잔디 자체가 우리와는 다른 '떡잔디(금잔디)'인 파크타코르 스타디움에서의 적응력도 쉽지만은 않다.

파주 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도 가장 나쁜 그라운드에서 연습을 했지만 좋지 않은 그라운드 컨디션 속에도 어떻게 변함없는 조직력을 발휘할 지가 태극전사들의 숙제다.

(타슈켄트=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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